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부문에서 독립한 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은 신충식 전 회장이 맡았다. 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에는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던 때라 외부에서는 신 회장 임명을 파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농협 내부에서는 합리적 판단이라는 여론이 많았다.
신 전 회장은 금융지주가 출범하기 전인 2011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로 재임하면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 실무작업을 총괄했다. 금융지주 출범을 주도하고 세부 계획을 세우는 작업 또한 신 전 회장의 손을 거쳐 구체화된 것이다. 누구보다 금융지주의 여건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신 전회장은 농협금융지주 출범을 준비하면서 “농협 내부와 지역 농·축협 등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던 데다 2011년 북한의 디도스 공격에 의한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금융지주 출범은 어느 정도 시대적 요청이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전 회장은 “농협금융 출범은 국내 유일의 토종자본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수익센터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신동규 2대 회장, 농협금융지주에 ‘금융전문성’ 입혀
신동규 제 2대 회장은 지난 2012년 6월 27일 취임했다. 신 전 회장은 취임 당시 상황에 대해 “농협금융이 농협에서 분리돼 외형적인 모양은 갖췄지만, 안정적인 조직기반을 구축하진 못한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그런 그가 중점을 둔 경영 전략은 디지털과 국제 분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당시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국내 금융에 치중하고 국제 비즈니스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 디지털과 국제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고, 전문가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신 전 회장은 “인적자원을 충당하고자 새로운 인력을 선발하고 연수도 실시하기 시작했다”면서 “농협은행 직원을 제가 은행장으로 근무했던 수출입은행에 파견해 국제금융을 배우도록 하고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해 해외 유학도 보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임 중에 금융 전문성을 더 존중하고 금융에 더 적합한 조직과 인사 체계를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회고했다.
◇임종룡 3대 회장, 지속성장 초석 다져
“불균형적인 그룹 구조를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금융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임종룡 제 3대 회장은 2013년 10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 같이 밝혔다. 임 전회장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성사시켜 농협금융이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전 회장은 “무엇보다 금융의 가장 큰 추세는 디지털화였다. 그래서 디지털화를 위한 조직도 만들고 인력도 충원하고 그에 필요한 예산도 투자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재임 시절 가장 의미 있었던 프로젝트로 꼽은 것은 경기 의왕에 NH통합전산(IT)센터를 착공한 것이다. 당시 무려 5000억원 가까이 투자를 했는데, 이는 최근 농협금융이 디지털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김용환 4대 회장, 도약을 위한 ‘결단가’
김용환 제 4대 회장은 ‘빅배스(Big Bath·대규모 부실 상각)’를 단행해 농협금융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회장으로 기억된다.
농협금융은 2016년 상반기 조선·해운업 부실 대출 여파로 쌓였던 대규모 부실 수준에 달하는 거액의 충당금을 쌓았고, 이에 빅배스를 단행했다. 빅배스에 성공하면 부실이 사라지고 실적이 개선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되레 실적 악화로 침체의 늪에 빠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부담이 큰 의사결정인 셈이다. 김 전 회장은 당시를 “한계 상황까지 온 상태여서 누군가는 이를 털고 가야한다 생각했다”면서 “경비 절감을 위해 저부터 월급을 반납했다. 그리고 금융지주 및 모든 계열사 직원들이 뒤이어 십시일반 반납하고 경비를 20% 정도 줄이자 농협중앙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줬다”고 했다.
실제 농협금융지주는 당시 경영 개선·수익성 개선·자본 적정성 3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95개 도출 과제별 개선 대책을 추진했다. 또한 전사적으로 관리성 경비 절감과 경영 약체 점포를 통폐합하고 자회사별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2016년 10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김 전 회장은 10주년을 맞은 농협금융지주의 성장 방안에 대해 “앞으로는 다른 금융지주는 물론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라며 “농협금융은 그동안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빅테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만큼 농협금융이 한 번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김광수 5대 회장 “디지털 전환에 금융사 미래 달려있어”
김광수 제 5대 회장은 2018년 취임한 뒤 2년 연속 순이익 1조 원 이상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내실 성장 및 디지털 전환의 기반 구축, 글로벌 사업 확장 등 농협금융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사업 전략 또한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이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저는 농협금융의 미래는 디지털 전환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농협은행에 로보어드바이저나 챗봇을 도입하는 등 일부 시스템을 디지털로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 접점에서부터 상품과 사업전략 등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직원 교육에 힘썼다”고 회고했다.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이 바라본 금융사의 미래 전략은 무엇일까. 김 전 회장은 농협금융이 지금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 이미 급격히 진행된 금융의 플랫폼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금융과 비금융(농업) 융합을 통한 플랫폼 전략 구상이 쉬운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농헙금융은 결국 농업인에게 공헌하는 것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하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업을 금융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