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869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액(5조9000억원)을 1개분기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집계한 증권사 평균 영업적자 전망치(5조7289억원)를 2조원 이상 웃도는 ‘어닝 쇼크’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조4641억원으로 전년보다 9.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656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는 국제유가와 연동하는데 국제유가는 2020년까지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를 밑돌았으나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 올 3월부터 10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특히 올 2월 말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국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여파로 3월 한때는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전이 올 1~3월 발전 자회사용으로 사들인 전력연료비는 7조6484억원으로 지난해(3조6824억원)보다 92.8% 늘었다. 발전사들에 지불한 전력구입비 역시 10조5827억원으로 111.7% 늘었다. 같은 기간 한전의 전기판매 수익은 15조3784억원으로 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력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사들여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다보니 판매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생산단가가 낮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 구입을 줄이고 비싼 신·재생에너지발전 생산 전기를 사들인 것 역시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 정부는 올 들어 대형 발전사에 전체 발전량의 12.5%를 신·재생에너지발전으로 충당토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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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계 각국은 고유가 부담 속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고 있다. 프랑스는 올 2월 24.3%를 인상했으며 영국은 올 4월 54%를 인상했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누적 34.6%를 인상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 29.8%를 올린 데 이어 올 1월 55%를 더 올렸다.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 속에서도 영국에선 30개 전력회사가 파산했으며 일본(14개사)과 독일(39개사), 스페인(25개사)가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전의 재무실적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2008년 고유가 때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유동성 위기를 막고자 올 들어 15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11조7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한전은 역대급 재무위기를 극복하고자 고강도 자구노력을 추진키로 했다. 기본적으로 보유 중인 자산 중 매각 가능한 건 다 판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및 관계사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한 모든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보유 부동산 중에서도 매각 가능한 건 다 팔기로 했다. 필리핀 세부 화력발전소 등 해외 자산 매각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전제로 투자사업의 시기를 조정하거나 그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모든 전력그룹사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고강대 대책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부와 연료비 원가연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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