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에 본사를 두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절감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미국 정부와 민주당이 이런 식의 M&A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 소급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절충안으로 향후 발생하는 세테크용 M&A만 방지하는 법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법인세 절감용 M&A가 줄을 잇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같은 M&A의 승인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동을 거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M&A 대상인 외국 기업의 이전 주주들이 합병 기업의 지분을 20% 이상만 보유하면 언제든 과세 대상이 되는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은 이처럼 본사 이전을 위한 지분율 기준을 20%에서 50%로 대폭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M&A 대상이 되는 외국 기업의 이전 주주 지분율을 높일 경우 정작 미국 기업들로서는 경영권에 불안을 느낄 수 있고 투자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정부와 민주당은 이를 소급 적용하려 하고 있다.
이 법안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상원 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광의의 법인세 개편 방안의 일환으로 이같은 조세 회피를 방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 5월8일 이후 진행되고 있는 M&A 딜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와이드 위원장이 언급한 소급적용 시점인 5월8일 이후에도 밀란이 다국적 제약사 애벗래버러토리즈의 해외사업부를 사들여 네덜란드에 법인을 세우기로 했고, 애브비도 영국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한 뒤 영국으로 법인을 옮길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미국 최대 의약품 판매업체 월그린도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소급 적용이 확정되면 이들을 포함한 최소 8개 기업은 엄격한 법 기준을 적용받게 돼 M&A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39.1%인 반면 네덜란드는 25%, 영국은 23%, 아일랜드는 12.5%에 불과하다.
더구나 에드워드 클라인바드 전 의회 조세 공동위원회 위원장과 같은 인물은 미국 기업들이 과세 대상이 아닌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사용할 수 있는 용도를 제한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 정부와 민주당의 행보에 공화당이 제동을 걸고 있다. 공화당은 이같은 소급 적용은 지나치게 징벌적이며 허점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소급 적용만 배제할 경우 공화당으로서도 합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오린 해치(유타주) 의원은 “민주당의 접근 방식에 반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민주당 제안보다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내용이라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상원 재정위원회는 오는 22일 공청회를 열고 미국 기업들의 절세용 M&A와 해외법인에 대한 과세 방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