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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SNE리서치 부사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배터리 리사이클링 데이 2023’ 행사에서 “배터리 재활용으로 2040년 600만톤(t) 이상의 리튬, 니켈 등의 금속이 채굴될 것”이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89억달러(264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보증기간인 8년 이후(9~14년 사이) 전기차가 폐차된다고 가정했을 때 2040년 폐차되는 전기차 수가 약 4227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폐배터리 발생량은 3339GWh(기가와트시) 규모다.
전기차에서 나온 폐배터리는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재사용은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재활용은 배터리를 분해해 니켈·리튬·코발트·망간 같은 소재를 추출하고 이를 다시 새 배터리 제조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는 폐차장과 대리점 등에 수거돼 거점으로 이송된다. 여기서 진단, 모듈평가, 분해 등의 과정을 거쳐 재사용 혹은 재활용으로 분류되고 사용 목적에 따라 각 공장으로 전달된다. 사용 전 배터리보다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부사장은 폐배터리 생산·처리 과정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운반비와 배터리 잔존성능, 셀 가격 변동, 중고품에 대한 인식 등이 폐배터리 경제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이 될 것”이라며 “LFP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내 회수 금속 가치의 경우 2020년 이후 3년간 약 3배 상승하는 추세여서 미래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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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전기차에 LFP 배터리 보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술과 사업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폐배터리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성일하이텍의 김형덕 이사는 “기존에는 시장가치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 재활용에 집중했다면, 이제 리튬의 재활용 능력을 확보하는 등 기술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저렴해 전기차 시장에서 각광받지만, 재활용 업체에는 수익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리튬의 금속가치가 낮아서 오히려 폐배터리에서 회수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갖춘 추출 공정 개발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이사는 “성일하이텍은 LFP 배터리에서 리튬뿐 아니라 인산철까지 회수해 가치를 높이는 재활용 공정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내년 파일럿(시범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 개발과 함께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배터리 순환경제는 미래 자원 안보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순환경제는 유럽연합(EU)에서 주도하고 있고 이미 2015년 정책을 통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기업들이 폐배터리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배터리 순환경제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터리 이력 관리 시스템 개발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배터리가 사용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배터리 입고 단계부터 팩과 모듈 진단 결과, 등급 분류, 안전성 검사, 출고 이력까지 전산 시스템에서 처리해 정보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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