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22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 외교 문제 관련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볼턴 보좌관은 이번 방문 때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조약(INF)를 탈퇴 계획을 러시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INF를 위반했다며 이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NF협약은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이다.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사거리 500~5500km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핵무기를 전량 폐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표적인 냉전 종식 협정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협정을 파기하겠다”며 “그런 다음 우리도 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무기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만 조약을 지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NYT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작년 2월 러시아가 미국의 항의에도 미사일 배치를 강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 정보보고서에서 러시아 순항 미사일을 ‘SSC-X-8’로 표기해 왔으나, 더는 ‘X’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이는 미사일이 개발단계를 지나 실전 배치된 상태라는 뜻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보기 위한 러시아의 도발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순항미사일은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에도 협정 위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에 협정 위반 사항을 바로잡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사일 개발을 강행해 실전 배치까지 추진했다. 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다가 2016년 11월에서야 제네바 협약에 따라 관련 문제를 다루는 특별 검증위원회를 소집했다. 러시아는 이 자리에서 협정 위반 사실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