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의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감상법

이민주 기자I 2017.04.16 20:45:17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관련 산은과 국민연금 기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산은은 당초 국민연금에게 보유채권 3,900억원의 50% 출자전환, 나머지 50%는 3년 상환유예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자체 실사, 사채권자 집회 3개월 연기, 상환유예 회사채 3년 후 산은의 상환보장 등으로 맞받았다. 4월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막판 타협안이 어떨지 궁금하다. 산은은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에 합의치 않아 P-plan으로 가면 상환율이 10%내외로 떨어지므로 합의하는게 국민연금에게 이득이라고 설득했다.

국민연금의 속내는 무얼까?

P-plan으로 가면 은행에게 선수금환급보증(RG) 요청이 들어와서 이를 보증한 산은, 수은이 더 손해볼 수 있다. 그러니 대주주인 산은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며 더 양보하라는 의도다. 양측 모두 한쪽이 협조치 않으면 상대방이 손해를 더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게임이론으로 보면 현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유사하다. 죄수의 딜레마에는 두 개의 균형(Nash equilibrium)이 존재한다. 첫째, 공범관계인 두 죄수가 모두 죄를 자백치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양측 모두 낮은 형량을 받는 협조적 균형. 둘째, 양측이 모두 죄를 자백하여 양측 모두 높은 형량을 받는 비협조적 균형. 그런데 협조적 균형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한쪽이 먼저 변절하면서 죄를 자백하여 상대방은 높은 형량을 받고 본인은 낮은 형량을 받으려는 유인(incentiv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변절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협력기제가 튼튼하면 양측이 협조하는 협조적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그렇지 못하면 비협조적 균형으로 회귀하여 양측 모두 높은 형량을 받게 된다.

추가적 관전 포인트는 향후 이러한 기업 구조조정 사안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563조 원 금융자산은 국내 주식, 회사채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주요 중견 규모이상 기업 중 국민연금이 주식,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드물 정도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자그마한 국내 자본시장이라는 연못속의 고래 신세가 되었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예측불가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채권의 관련 기업구조 조정 사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결국 국민연금에게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되는 ‘반복게임(repeated game)’에서는 어떠한 전략이 최선일까?

반복적 딜레마에 대해 잘 알려진 연구는 1980년 미시간대학 엑셀로드 교수의 실험이다. 협조 또는 변절의 두 가지 전략 선택이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이 최선인지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당시 내로라는 경제학자들로부터 14개 전략이 제출되어 토너먼트 방식으로 자웅을 겨루었다. 항상 협조 전략, 항상 배신 전략, 협조 또는 배신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전략, 어떤 전략은 컴퓨터 코드로 77줄이 되는 복잡한 전략도 있었다. 최종 승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전략이었다. 1회전에는 협조하고 그 다음부터는 앞 회전에서 상대방이 한 대로 따라하는 전략이다. 컴퓨터 코드로 딱 4줄이었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의미심장하다. 절대로 먼저 변절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변절하는 상대방은 그대로 응징한다. 이 전략이 다른 모든 전략들과 토너먼트 경쟁에서 가장 높은 평균 점수를 보이면서 우승하였다.

현실세계는 컴퓨터 게임만큼 사안이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여전히 유효하게 발생할 수 있다. 기업구조 조정에 협조적 기제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1962년생(55세).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네소타대 경제학과 전임 강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2005년 기획예산처 기금제도기획관을 지냈다.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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