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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여든이 넘었는데 그 에너지가 대단하다. 80주년도 같이할 수 있지 싶다. 호호”(손숙), “한 무대 선다는 자체가 영광이다”(맹봉학), “어느 공연보다 더 맹렬히 연습 중이다”(이문수), “대 선배님들과의 작업, 굉장히 운이 좋은 연출이다”(박병수).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세일즈맨의 죽음’ 연습실 현장. 배우 이순재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에 후배들의 덕담이 오갔다. 정작 이순재(81)는 “햇수 개념이 없어서 내 생일도 모르는데 일이 커졌다. 대단히 송구스럽고 부담스럽다”며 연신 멋쩍어했다.
이순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다 보니까 60주년이 됐다. 나름대로 중간 정리를 하는 의미에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세일즈맨의 죽음’이 떠올랐다. 창작극을 하면 좋겠는데 늙은이가 주연인 작품이 없더라. 이 작품을 원작 중심으로 제대로 해보자는 의견이 많아 올리게 됐다”며 작품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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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며 “우리 정서에도 잘 맞는다. 부부, 부자 관계가 동양적이라 충분히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순재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건 이번에 네 번째다. 그가 첫 출연료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김의경 연출로 1978년 현대극장 무대에 처음 선 뒤 2000년 역시 김의경 연출로 서울시극단 무대에 올랐다. 2012년에는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작을 한국적으로 번안한 ‘아버지’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이순재는 “그 당시 50대니까 이해 못하는 분분도 있었고 연기도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동안 미처 놓쳤던 것들, 표현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하게 됐다”며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나 싶다. 다시는 이 작품을 할 일이 없지 않겠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웃었다.
기념공연은 지난해 잡지 ‘한국연극’에서 이순재를 인터뷰했던 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김 교수가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아들 비프와 해피 역을 연기하는 배우 모두 10여년 전 이순재가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 강의할 때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 로먼’은 손숙이 연기한다. 손숙은 이순재와는 50년 지기로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올해 ‘사랑별곡’에 이어 두 번째다.
배우의 길을 택한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연극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처절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기란 평생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는 작업이다. 어떤 작품으로 우뚝 설 때도 있겠지만 그 위엔 늘 다른 세계가 있다. 연기는 완성이라는 게 없다. 정상이 없다는 그 보람으로 하는 거다. 항상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문화융성이 문화말살이 돼 버렸지만 우리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자.”
공연과 함께 연극인 30인이 배우 이순재에 관해 쓴 ‘더욱더 건강하게 끝까지 가자’(가제)도 출판된다. 15일 출판기념일에 다큐멘터리 ‘우린 그를 작은 거인이라 부릅니다’도 공연 전 상영된다.
“우리 작업은 암기력이 전제돼 있어야 합니다. 제 스스로 ‘더 이상 안 되겠다’ 판단하면 그만둘 겁니다. 의욕이 있어도 조건이 따르지 않으면 누가 되니까요. 텔레비전은 당일치기 녹화가 많은데 5번 ‘죄송하다’(NG) 말할 때 되면 스스로 그만 둘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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