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위험한 시대"(Dangerous Time)
존 워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회장의 발표자료 제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요즘,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2008년 위기는 다 같이 합심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 극복했지만, 이제는 마땅히 쓸 카드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 위기의식이 깊다.
12일 이데일리가 `자본주의의 재설계`를 주제로 연 `세계전략포럼 2012`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석학들은 뭉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재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유럽은 재정동맹이나 은행 시스템 통합 등 실질적인 연합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로존 결속의 전환점이 될 17일 그리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통 화폐는 있지만 법치가 없다
유로존 해체는 분명 답이 아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받을 타격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더욱 유럽연합을 강화하고 주권을 단일화해서 결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는 "공통의 화폐인 유로는 있는데 유럽 차원의 법치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법치 없이 자본주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처럼 연방국가로 가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각종 제도와 문화, 세금이 각기 다른 52개 주가 연방 정부하에 묶여 있다. 공통 화폐를 쓴다는 점에서는 유럽과 같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하에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미국 국채를 발행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존 워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회장은 특별 세션에서 "유럽은 통일된 재정정책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도 좀 더 개입해 유럽 은행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 위기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재정통합을 이루고 연합을 구축한다면 유럽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아탈리는 전 총재는 "유럽연합은 경상수지나 공공부채 수준, 실업률 등에서 미국보다 양호하다"며 "연방국가를 확립해 글로벌 민주주의로 간다면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죽었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게 일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모색이 시작됐다. 자본주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긴 하지만 자본주의 자체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석학들의 주장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400~500년 동안 자본주의는 잘 진화해왔다"며 "위기가 있다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재의 위기는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가 직접 퍼즐을 맞춰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좀 더 안정적인 통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전체가 붕괴한 이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 자본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지난 50년간 자본주의는 많은 성공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위기는 경제적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정치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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