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3세가 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저동 중앙사회서비스원이 개최한 온라인 인문학 특강 연사로 나서서 강의를 듣는 이들에게 이같은 인사를 전했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북 운산 출신이다. 1917년생인 윤동주 시인과 평양 숭실중학교에서 동문수학했다.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사퇴 후 가장 먼저 찾은 인물로 유명하다.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고독이라는 병, 우리 행복합시다, 김형석 교수의 행복한 나날, 김형석의 인생문답 등 100여권이 저서를 집필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날도 지팡이 대신 모닝커피 한 잔과 함께 단상에 올라 60분을 쉼 없이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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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4세 때 정년퇴직하는 노 교수를 보며 ‘얼마나 살면 회갑까지 살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30년 후를 처음으로 그려본 것이다. 그런데 어느덧 그가 그 나이가 되어 만난 후배 교수들이 ‘건강은 괜찮으시죠? 무엇으로 소일하세요?’라고 물으니 “사람이 늙는다는 게 내가 늙는 게 아니고 남이 늙었다고 해서 늙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와 함께 김태길 전 서울대 교수와 안병욱 전 숭실대 교수는 한국의 3대 철학자로 불린다. 이들은 나란히 85세가 되던 해에 인생의 황금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계란엔 노른자가 있어서 병아리가 나오듯이 우리 인생의 노른자위, 황금기는 언제일까를 논한 것이다. 그리고 60세부터 75세까지를 꼽았다. 그는 “50대엔 일을 많이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살진 못한다”며 “60대쯤 되니 내가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나를 믿을 수 있는 나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을 3단계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세까지는 배우고 성장하는 자신만을 위한 시기라면 이후 30년은 직장생활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시기라고 봤다. 과거엔 이같이 2단계로 살고 이후 집으로 돌아갔지만, 100세 시대엔 60대 이후에 대한 설계가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과거엔 2단계로 살았는데, 쭉 살아보니까 더 중요한 것은 60세 이후에 사회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라며 “나와 내 친구들은 60대에 다시 시작해 90세까지 열심히 일했다.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퇴직 후 더 많은 외부 강의를 할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글쓰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게 돼서다. 그는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인생을 3단계로 사는 게 상식이 됐다”며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여러분이 내 나이가 되면 120세까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생을 3단계로 살아가기 위해선 2가지 조건이 따랐다. 정신적 성장을 위한 공부와 자신만의 일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아울러 일을 안 하면 더 빨리 늙어버린다.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100사람이 100가지 일을 하면 일의 목적이 100가지인 줄 알았는데 오래 살아보니 100사람이 100가지 일을 하는 거 같아도 일의 목적은 하나였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다”라고 말했다. 정치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기업가는 국가에 경제적 여유를 주기 위해, 교육자는 제자들을 통한 행복 전파 등 이같이 이타적으로 살다 보면 국민 전체가 보람 있고 행복할 수 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못하다. 더 많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며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받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가 60~70세가 됐을 때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나 때문에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면 좋겠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