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비보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회장님께서 병상에 누우신지 7년 정도 된 거 같습니다. 어떻게든 다시 깨어나셔서 경제도 어렵고 국제관계도 어려운 요즘 경종을 울리는 한 말씀이나 격려, 덕담을 해주시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더 이상 말씀이 없으십니다. 국내 어떤 분보다 제가 가장 존경했던 분인데 그런 말씀을 더 들어볼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장님께서는 장점이 여러가지로 많으셨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인이나 사회 지도자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 앞을 내다보는 능력, 선견지명이 탁월하셨던 분이셨습니다.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 이후 회장(2대)이 되셨을 때 하신 말씀이나 신경영 선언(1993년) 이후 사장단 회의 때 하신 말씀을 생각하면 항상 7~10년 정도는 앞서가셨던 거 같습니다.
당시에는 회장님께서 ‘왜 이렇게 생각하실까, 이런 게 맞나’ 했던 것들이 몇 년이 지나면 현실이 돼 있던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삼성 반도체의 전신이 된 한국 반도체를 사재를 털어 인수했던 것도 향후 반도체가 중요해질 거라고 보셨기 때문일 겁니다.
회장님은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변모시키셨습니다. 이병철 전 회장님께서 반도체 투자를 많이 했지만 결국 꽃을 피우고 세계 1등이 되고 반도체에 이어 휴대폰과 가전으로 이어지는 세계 초일류 삼성을 만든 것은 누구의 덕도 아니고 회장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이병철 회장님 때보다 삼성을 100배 이상으로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 D램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미국의 IT기업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의 특허소송에서 패했던 상황을 보고했던 일은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10년간 1조원의 특허료를 지불하게 돼 억울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보고를 끝내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회장님이 ‘TI 얼마 주면 살 수 있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른 발상을 하셨던 순간이었습니다.
이건희 회장님.
회장님이 평상시에 가장 많이 강조하셨던 말씀으로 위기의식이 떠오릅니다. ‘3년, 5년 뒤에 회사가 망할지 모르니 지금 정신 차리고 있어라’.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라’라는 말씀을 평상시에도 가장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