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광원산업 회장(83세·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이 23일 KAIST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평생 모은 676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했다. 출연한 자금으로 설립한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은 ‘KAIST 싱귤래러티(Singularity) 교수’ 지원을 통한 노벨상 연구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
지난 2013년부터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오랫동안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결과 KAIST는 한국은 물론 인류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석·박사 연구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라며 “지난해 314조 원의 매출로 국내 GDP의 16.4%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KAIST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상만사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기 때문에 KAIST는 사명감을 갖고 대한민국을 이끌 영재를 키워야 한다”며 “어느 대학도 해내지 못한 성취를 이뤄내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높이는 일에 기부금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AIST는 이번 기부를 바탕으로 설립하는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의 지원을 받아 ‘KAIST 싱귤래러티 교수’를 육성할 계획이다.
‘KAIST 싱귤래러티 교수’ 제도는 과학 지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교수,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독창적인 과학 지식과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교수를 선발해 지원하는 제도다.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이끌 혁신기술과 학문적 독창성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기술적 특이점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간의 연구 수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측은 이를 통해 세계 최정상급 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교내 연구진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싱귤래러티 교수로 선정되면 10년 임용기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고, 논문·특허 중심의 연차 실적 평가를 유예받을 수 있다. 임용기간이 종료되면 연구 진행 과정과 기술 역량 확보 등 평가에 따라 지원 기간을 추가로 10년 연장할 수 있다. 신성철 총장은 “평생 일궈낸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은 이수영 회장님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KAIST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사명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기부자의 뜻을 반드시 이루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수영 회장은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3년 서울신문에 입사한 이래 1980년까지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등에서 활동했다. 지난 1971년에 광원목장을 설립해 축산업을 시작했고, 1988년 부동산 전문기업인 광원산업을 창업해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KAIST 명예박사를 받았고, 2018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다.
그동안 이수영 회장을 비롯해 국내 1호 한의학박사인 故 류근철 박사(578억 원), 정문술 前 미래산업 회장(515억 원), 김병호 前 서전농업 회장(350억 원), 故 김영한 여사(340억 원) 등이 KAIST에 고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