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비행기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승객이 항의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계 투자회사의 한국법인 대표인 정창욱씨는 지난달 20일 가족과 함께 진에어 LJ002편을 타고 방콕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내식을 먹으려다 자신의 좌석 엉덩이 옆쪽으로 바퀴벌레 1마리가 기어가는 것을 봤다.
기겁을 한 정씨는 바퀴벌레를 잡고 나서 승무원과 함께 좌석의 쿠션을 뜯어냈고 쿠션 밑에는 바퀴벌레 1마리가 더 있었다. 정씨 가족은 꺼림칙한 생각에 식사도 걸렀다.
한국에 도착한 정씨는 진에어 콜센터에 전화해 자신과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 전원에게 사과 서한을 보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틀 뒤 진에어 측으로부터 ‘방역을 했으며 바퀴벌레는 날씨가 습하면 생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정씨는 5일 말했다.
정씨는 “보상을 받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진에어에 얘기했다. 공식 사과를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란 약속을 받아내고 싶었다”며 “저가항공사도 서비스 마인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진에어는 나 한 사람한테는 사과 서한을 보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주위의 다른 여러 사람도 바퀴벌레를 봤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탑승객 전원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진에어는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정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바퀴벌레가 나온 것은 잘못이지만 방역을 제대로 했는데도 습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며 “규정보다 많은 월 3차례 방역 작업을 하고 있고 당시 항공기는 지난달 12일 방역했다”고 해명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항공기 살충·살균 작업은 4∼9월 1개월에 1차례, 10∼3월에는 2개월에 1차례마다 해야 한다.
진에어는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긴 데 대해 해당 고객을 포함한 탑승객 전체에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내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사실이 이날 보도로 알려지고 나서 진에어는 임원이 나서 정창욱씨에게 전화로 사과하고 서비스와 방역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에어는 정씨 주변에 앉았던 승객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사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내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미국에서는 2011년 에어트랜항공 여객기를 탄 커플이 짐을 보관하는 선반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지만 승무원들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