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돋보기]문화의 산실, 성북동에 가다

경계영 기자I 2012.09.25 16:39:23
국립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선생의 옛집. 서고의 책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됐지만 선생이 쓰던 집기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서울 성북동은 과거와 현재, 부자와 빈자, 개발과 보존이 공존한다.

성북동을 둘러보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혜곡 최순우 선생, 만해 한용운 선생, 간송 전형필 선생 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최순우 옛집’이다. 지하철 4호선 삼선교(한성대입구)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 이 집은 시민들이 살렸다. 재개발 때문에 헐릴 위기에 있던 집을 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보존했다. 최 선생이 서고로 쓰던 바깥채는 시민단체의 사무국으로 쓰이고 선생이 살던 안채는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심우장 모습. 현재 성북구가 관리하고 있는 이 집은 누구나 집 안까지 둘러볼 수 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도 성북동에 있다. 조선총독부 쪽을 바라보기 싫어 일부러 북향으로 지은 집이다. 네 칸의 소박한 집에는 한용운 선생의 글과 연구논문집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집은 산동네 위편에 있기 때문에 집 마당에 서면 재개발 예정인 달동네 주택가와 재벌가의 저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심우장에서 내려오다 보면 성북2동 주민센터 옆에 이태준 작가의 가옥 ‘수연산방’이 보인다. 지금은 손녀가 찻집으로 개조해 사랑채, 안채, 마루 등에서 한적하게 차를 즐길 수 있다.

미술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성종이 선잠례를 지내던 선잠단지를 지나면 운우미술관이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과 우향 박래현 화백이 머물던 곳을 미술관으로 단장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모은 미술품과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간송미술관은 5, 10월 전시회 때만 일반에 공개된다.

성락원(왼쪽)은 사유지지만 성북구 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들어가볼 수 있다. 이종석 별장(오른쪽)은 조선 말 지어진 별장의 백미로 꼽히지만 들어가 볼수는 없다. 성북구 제공
성북동에는 가볼 만한 한옥집이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십주원, 성락원, 이재준 고택은 사유지라 개방이 되지 않는다. 십주원은 대한제국 때 고위관료이던 최사영의 고택으로 당시 최고위층의 가옥양식을 대표한다. 소설가 이재준 고택은 1900년대 거상 이종상의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덕수교회에서 인수해 지금은 목사관으로 사용된다.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을 의친왕이 별궁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성북동 곳곳을 서울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성북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이 있다. 사유지라 공개되지 않던 ‘성락원’도 둘러볼 수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성북구 문화체육과(02-920-3048)로 문의하면 된다.

성북동을 가기 전, 지도로 동선을 정한 다음에 가보는 게 좋다. 성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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