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조달러 美가족계획 재원, 부자에게 걷겠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연 소득 100만달러(원화 약 11억175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 대한 자본이득세율을 현행 20%에서 두 배 가까운 39.6%로 인상하고, 한계 소득세율도 종전 37%에서 39.6%로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방안을 다음 주 1조달러 규모의 교육·보육·복지 등을 담은 ‘미국 가족계획 투자안’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본이득세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자본 거래에 따른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인상함으로써 보육과 교육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자본이득세율 인상 계획은 부유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존 ‘부자 증세’ 공약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번 증세 계획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1조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처다.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우선은 막대한 돈을 풀되, 필요한 돈은 부자들에게 걷겠다는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조 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과 2조 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자본이득세율이 39.6%로 인상되면 개인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인 37%와 맞먹는 수준이 된다. 자본이득세에 더해 투자소득에 대한 기존 누진소득세를 포함하면 연방세율이 최고 43.4%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CNBC는 추산했다. 또 주정부는 연방정부와 별도로 자본이득에 과세할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뉴욕주에선 52.22%, 캘리포니아주에선 56.7%의 자본이득세를 물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의 자본이득과 소득에 대한 세금이 균등하게 부과돼야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며 “(자본이득세가 현실화할 경우) 투자 수익에 노동 수익보다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오랜 세법 관행을 뒤집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세 대상 부유층은 매도 전망”…“개미는 겁낼 필요 없어”
자본이득세 인상은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 차익 중 상당 부분을 연방정부가 걷어간다는 의미인 만큼 월스트리트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CNBC는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의 고액 성과보수 체계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잭 앨빈 크레셋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소득층에 대한 자본이득세율이 2배 가까이 올라가면 “소득이 높은 장기 투자자들은 상당한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며 “이 계획이 내년 법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투자자들이 올해 주식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1% 가까이 하락했고, 특히 장기 투자자들이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성장주들이 타격을 입었다. 이날 테슬라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3.3%, 1.6% 하락했다.
이에 CNBC에서 ‘매드머니’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는 일반인들이 아닌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라며,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두려움에 떨 필요도, 무조건 주식을 팔 필요도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 투자에 있어 중요한 건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미 상원의원 중 50명이 증세 법안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며 부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제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현행 자본이득세가 저축을 장려하고, 미래경제 성장의 기반이 된다며 이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투자를 줄이고 실업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선 대규모 재정지출이 미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증시에도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세금을 늘려 걷은 돈이 친환경 업종과 교육 업종 등에 흘러 들어가는 만큼 이들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