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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쫓아내려는 조급함에 제 발등 찍힌 秋

남궁민관 기자I 2020.12.03 11:01:07

감찰위 “부정적” 권고 이어 법원도 尹 직무복귀
절차 간과한 성급함 지적…직무배제 시점도 물음표
법무부 내부 갈등 속 秋 수사 대상 지목되기도
동요하는 법무부·중앙지검 잇단 사표 행렬까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너무 성급하게 검찰총장을 쫓아내려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쏟아졌던 `성급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 현실로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른바 윤 총장 찍어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적법한 절차를 간과한 결과, 일각에서는 추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역풍마저 불어닥친 모양입니다.

법무부는 물론 윤 총장 가족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내 주요 인사들이 추 장관 처분에 반발하며 동시 다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등 좋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도 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을 위해 외출하며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 옆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절차마저 간과한 성급함…되레 秋 발목 잡았나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 감찰위원회(이하 감찰위)와 법원이 연이어 추 장관의 처분과 관련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간 법조계 안팎에서 지적해온 추 장관의 ‘성급함’이 화근이 됐다는 일관된 평가가 나옵니다. 처분의 근거가 된 ‘심각하고 중대한 다수의 비위혐의’에 대한 판단을 채 받기도 전, 윤 총장에 반격의 발판을 만들어줬다는 분석입니다.

지청장 출신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이 확인했다는 윤 총장의 여러 비위혐의 중 재판부 사찰 의혹은 실제 업무범위에서 벗어나 사찰을 한 것이냐, 또는 공소유지를 위한 정당한 업무범위 내 일이냐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두고 검토할 당부 판단의 여지가 큰 사안이었다”며 “다만 징계 청구 과정에서 소명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아 행정소송으로 넘어왔다면 비위혐의 당부를 떠나 본안에 갈 필요도 없이 바로 깨진다”고 현 상황은 예견됐던 일이라 했습니다.

실제로 본 게임인 징계위가 열리기도 전 감찰위는 “절차의 중대한 흠결”을 지적, 직접적으로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부터 수사의뢰까지 일련의 과정에 성급하게 대응했음을 문제 삼았죠.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윤 총장의 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역시 징계위가 열리기 전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성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부장판사는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징계절차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해 윤 총장에게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심리된 뒤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이며, 그것이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조 부장판사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징계혐의자인 검사에게 그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한다”며 현 시국에 필요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 향해 뽑은 칼날, 秋에 부메랑으로?

특히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무부 내부 갈등은 향후 되레 추 장관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한 법리 검토를 담당했던 이정화 검사는 자신이 제출한 보고서에 윤 총장에 대한 직권남용죄 성립이 어렵다고 적었지만,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됐다고 폭로한 바 있죠. 이에 더해 감찰위 회의 당시 또 류혁 감찰관은 윤 총장 감찰과 관련 ‘패싱’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장관이 보안 유지를 지시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저격하는 과정에서 되레 추 장관이 공문서 위조나 직권남용으로 조사를 받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나왔습니다. 역풍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할 상황도 아니었는데 감찰관으로 하여금 자기의 권한을 행사할 기회를 차단했다. 충분히 수사 대상”이라는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이같이 추 장관이 궁지에 몰리는 사이 숨을 돌린 윤 총장의 반격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앞서 대검찰청 감찰부가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 지난달 25일 대검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는데요. 대검은 이와 관련 “수사절차에 관한 이의 및 인권침해 주장을 담은 진정서가 제출됐다”며 인권정책관실에 해당 진성서를 배당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당초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은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추 장관의 카드 중 하나였지만, 대검은 이에 사실상 ‘역(逆)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진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행여 진정서에서 주장한대로 절차위반이나 인권침해 사실이 발견될 경우 일선 검찰청에 수사의뢰한다는 방침입니다.

1일 오전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차관 바뀌고 중앙지검 1차장도 사임

법무부는 앞선 내부 갈등에 더해 징계위 위원장을 맡아야 할 차관이 그만두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큰 부담이 된 것이죠.

청와대는 곧장 이용구 신임 차관을 내정, 추 장관의 오는 4일 징계위 소집 강행에 힘을 보탰습니다만, 정상적 진행은 불투명해보입니다. 당장 윤 총장 측은 징계 심의 절차에서 방어 준비를 위해 징계기록 열람등사신청, 징계청구결재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법무부는 이날 일체 불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역시나 절차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입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한 변호사의 경우 “앞서 지적된 절차적 문제에 더해 4일 예고대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열리더라도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존 열리기로 한 2일에서 고작 이틀의 시간을 더 준 것인데, 이제사 징계 청구 사유를 고지하고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하자를 치유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마저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직을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같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 이 지검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욱준 1차장검사가 이날 실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즉각 중단해달라”고 밝혔는데, 이는 윤 총장 가족에 대한 수사 강행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옵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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