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7월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는 1만4153건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가 17만3221건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역대 최다치를 찍었는데, 증여건수도 덩달아 최다 기록을 낸 셈이다.
아파트 증여는 매월 2000~4000건 수준을 유지해왔고 올해 들어서도 많아야 6000건대였다. 1월 6148건, 2월 5880건, 3월 4730건, 4월 5989건, 5월 6574건, 6월 6133건 등이다. 하지만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은 최고 12%, 종합부동산세율은 최고 6%, 양도소득세율은 최고 72%까지 매길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밝히자 한달새 증여가 두 배 넘게 폭증했다. 단순 계산해도 보유하다 파느니, 자녀 등에 물려주는 게 세금이 더 싸기 때문이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 50%가 적용된다.
이러한 절세 ‘우회로’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10대책 발표 직후 “양도세 부담이 커지다보니 차라리 증여하겠다고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다”며 “정부가 이번에 대책을 검토하면서 그런 부분도 같이 점검했고, 만약에 이상징후로 증여를 통해 회피해간다면 증여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증여세 손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도를 대신한 증여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단기보유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을 내년 6월1일부터 시행키로 해서다. 취득세율 인상은 즉각 시행인 데 비해 양도세율 인상은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시행 시기를 늦춘 것인데, 증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형국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고민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증여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이미 높아서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는 “정부가 양도세율을 올리니 다주택자들은 편법 아닌 편법으로 증여를 더욱 활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또 막겠다고 증여세율을 높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균형, 형평이 더 어긋나고 불법적 증여가 늘어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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