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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가 3%를 밑돌며 사상 최저치 급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나선데 따른 여파다. 낮은 금리를 발판으로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주택시장이 반등할지 주목된다.
◇미국 30년물 주담대 고정금리 2.98%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30년 만기 주담대 고정금리는 2.98%를 기록했다. 국영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 통계를 인용한 결과다. 이는 1971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다. 미국 모기지론(mortgage loan)은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한국의 주담대와 원리가 같다.
미국의 주담대 금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채금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초장기물인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현재 1.3% 초반대다. 연초 2.4%를 넘다가 반년 만에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올해 초 2% 육박하는 수준에서 거래됐던 10년물 국채의 경우 0.6%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연준이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0.00~0.25%)까지 끌어내리자 장기국채금리가 꿈틀대고, 이에 사실상 연동된 주담대 금리까지 떨어진 것이다.
주담대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그 던컨 프레디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와 모기지 모두 금리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내년에는 (30년물 고정) 주담대 금리가 2.75%까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FHN파이낸셜의 월트 슈미트 모기지 전략 책임자 역시 “금리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發 부동산 침체, 다시 살아날까
관심이 모아지는 건 금리 하락에 따른 주택시장 회복 여부다. 최근 미국 부동산은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까지 집값이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다. 부동산업체인 더글러스 엘리먼에 따르면 지난달 맨해튼 아파트의 공실률은 3.67%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맨해튼의 아파트 임대 물건은 1만건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급증한 수치다.
다만 이번달 들어서는 다소 상황이 바뀌는 기류다. 주택건축업계의 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전미주택건축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는 이번달 72로 전월(58)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60)를 웃돈다. 처크 포크 NAHB 회장은 “낮은 금리가 주택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주택시장 성장세가 경제 전반을 앞지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충격파가 큰 탓에 반등을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 역시 동시에 나온다. 집을 사는 것은 금리 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내 실업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이 이날 자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날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7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