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사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파행적 운영을 막으려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이원화된 방송과 통신 정책·규제 업무를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통신·안전 관할 실장급 신설 직제령 행안부 협의 마쳐
5일 과기정통부와 관련부처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현재 직제령에서 기획조정실장, 연구개발정책실장, 정보통신정책실장, 과학기술혁신조정관 등 4개의 실장급(가등급)에다 1개의 실장급을 추가하는 내용의 직제령(시행령)에 대해 행안부와 협의를 마치고 관계부처 의견 수렴, 차관회의, 국무회의 상정 등을 앞두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소위 ICT 인프라 실에, 현재 제2차관 소속으로 돼 있는 방송진흥정책국과 통신정책국, 정보통신정책실장이 관할했던 재난 안전 관련 부서 등의 기능들이 모일 것으로 전해졌다. 단, 전파정책국은 기존대로 제2차관 직속으로 유지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ICT 분야에서는 정보통신정책실과 지능정보사회추진단 등 2개의 실장급 자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겸임해 하나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방송과 통신 같은 ICT 인프라 분야의 효율적인 정책 집행과 KT 화재 이후 안전 대응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고공단 인사 폭 클 듯
조직 개편을 계기로 과기정통부는 순차적인 고위 공무원단 인사가 예상된다. 내년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인 유영민 장관 후임이 결정된 뒤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개각이 한일 무역분쟁으로 늦어진다면 유 장관이 새로운 실장급을 포함한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새 실장자리와 무관하게 현재 공석인 국장급 인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 내 김광수 성과평가정책국장이 성균관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인 상태이고, 노경원 소프트웨어정책관도 중국 참사관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하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임기 만료로 사임하면서 자리가 비었고, 서울지방우정청장, 전남지방우정청장, 전북지방우정청장도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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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까지 세종시 이전을 마무리하는 과기정통부는 임박한 실장급 자리 신설과 고공단 인사로 공무원들의 설렘과 기대감이 크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과기정통부가 방송·통신 정책 규제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사실상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그래서 이효성 위원장이 사임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에서 보듯 방통융합으로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어려워졌다”면서 “2008년 방통위 출범 때에는 모든 규제 업무를 방통위가 관장했지만,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두 쪽으로 나뉘어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현 정부 내에서 방송과 통신이라는 업무를 두 곳에서 담당하는 어불성설의 일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이런 일이 지속하면 (국회에서 갈등을 벌였던)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처럼 일관성, 종합성, 효율성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와의 업무 분장과 별개로 지난 2월부터 직제개편을 준비했다”면서 “국회에서의 업무분장 갈등과 무관하다. 행안부 협의는 끝났지만 관계 부처 의견 조회, 차관회의, 국무회의가 남아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업계는 합산규제 재도입 등 불똥 튈까 우려
업계는 조직개편 논란에서 과기정통부가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업에 불똥이 튈까 걱정한다. 두 조직이 부딪히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 정부 대책 미비로 국회에서 규제가 연장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위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는 한 달 동안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사후규제 합의안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KT와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로 규제하느냐 여부(합산규제 재도입)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