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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시리즈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누리 "얇아 보일수록 행복하다"

남현수 기자I 2019.04.15 10:45:1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에는 꽤나 많은 한국인 디자이너가 포진하고 있다. 이번에 BMW에서 선보인 7세대 3시리즈 역시 국내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았다. 독일 뮌헨 BMW 디자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누리(35)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뉴 3시리즈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했다. 디자인을 결정할 땐 일반적으로 회사 내 디자이너들의 경쟁을 통해 선정된다. 그 역시 여러 단계의 경쟁을 통해 선발됐다. 그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디자이너에 어울리지 않게(?) 자동차 정비 및 검사 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뉴 3시리즈 시승 행사가 열린 11일 김 디자이너와 3시리즈 인테리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3시리즈는 BMW 대표 모델인만큼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 3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디자인 요소가 다르다. 현실적으로 모든 국가의 디자인 성향을 다 맞출 수 없다. 결국 BMW의 DNA와 이미지를 가진 자동차를 만들고 이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판매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가 할 일은 더욱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더 많은 팬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7세대 3시리즈의 인테리어에서 강조할 부분은.

-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 영역의 변화다. 기존 모델은 센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계기반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 7세대 3시리즈는 계기반과 디스플레이가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운전자 눈높이에 배열, 주행할 때 시선의 많은 이동이 없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따로 떨어져 있던 버튼과 기능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더욱 간결해졌다. 자주 쓰는 기능과 동시에 쓰는 기능, 이렇게 기능별로 그룹핑해 유닛으로 묶었다. 시동버튼도 기어 시프트와 함께 쓰기 때문에 위치를 변속기 옆으로 옮기게 됐다. 많은 동작이나 움직임 없이 훨씬 인체공학적으로 사용 할 수 있다.

대시보드가 상당히 슬림하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가 있는가.

- 차를 탔을 때 두꺼운 대시보드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시야가 답답하다. 대시보드가 얇아질수록 시각적으로 와이드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요즘 트렌드가 경량화다. 실제 무게가 같아도 슬림한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효과도 있다. 디자이너에게는 얇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3시리즈 인테리어 가운데 어떤 디자인 요소가 어필 되길 바라는가.

-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약간 아쉬운 점은 대다수가 인테리어보다는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먼저, 그리고 많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인테리어도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동안 같은 노력을 들여 만든다. 사실 파트 수로 보면 더 많다. 라인 하나만 바뀌어도 익스테리어 변화는 대부분 알아보지만 인테리어는 기능적인 부분만 알아준다. 스크린의 엣지에서부터 에어 벤트의 핀 개수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 세세하게 디자인하고 정성을 쏟은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그러한 디테일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 3시리즈를 디자인하면서 넣지 못해 아쉬운 기능이 있는가.

- 이번 뉴 3시리즈는 전작보다 첨단 기술이 많이 탑재됐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3시리즈를 처음 디자인할 때 운전자의 제스처, 또는 시선의 이동에 따라 인포메이션 그래픽이 계기판에서 센터 디스플레이까지 같이 이동하는 기술을 구상했다. 계기반에 떠 있는 정보가 시선의 이동에 따라서 움직인다면 마치 차량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출시 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시간이 없어 끝내 넣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은 기술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완성됐을 때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BMW 총괄 디자이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 “현대적이다”고 얘기했다. BMW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BMW는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어 트렌디함이 중요하다. BMW는 간결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뉴 3시리즈도 이런 면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기능을 한군데 묶은 통합적인 디자인이 좀 더 현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인테리어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 정말 단순한 인테리어를 만들고 싶다.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필요한 기능을 물리적으로 보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피나 크기를 줄이거나 더 간략하게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더욱 간결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OLED 스크린이 윈드쉴드에 장착이 된다던가, 스티어링 휠 대신 조이스틱이 위치하거나, 대시보드가 없는 디자인 등이 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된다면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구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출시되는 자동차와 같이 다양한 파츠들로 꽉 채워진 인테리어가 아닌, 더욱 넓은 공간을 선사하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김누리 (Nury Kim) 디자이너 프로필

독일 BMW 그룹 본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BMW 주요 프로젝트

2017 BMW ‘M’ 모델 최고사양 카본 소재 시트 디자인

(컴패티션 우승, 전체 프로젝트 리드)

2014 BMW ‘3시리즈’ 풀 라인업 인테리어 디자인

(컴패티션 우승, 인테리어 전체 프로젝트 리드)

2013 BMW ‘M4 GTS(F82 GTS)’ 인테리어 디자인

(컴패티션 우승, 인테리어 전체 프로젝트 리드)

2013 BMW ‘M5(F90)’ 인테리어 디자인 참여

(M 파츠, 라이트 콘셉트)

2012 BMW 입사. ‘7 시리즈(G11 / G12)’ 인테리어 디자인 참여

(미들 콘솔, 좌석,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하이앤드 스피커 디자인 및 전략)

학력

독일 HS-Pforzheim 대학원 운송기기 디자인 졸업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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