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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맞은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한 길 걸은 비결은

장병호 기자I 2018.03.27 14:33:24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표
바이올린 인생 65년 "매 순간이 마지막"
'영혼의 동반자' 케빈 케너와 첫 녹음
"나의 음악이 관객에게 위로가 되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연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70세 생일 케이크에 소원을 빌고 있다(사진=워너뮤직코리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0)에게 65년 동안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우연하게 그렇게 됐다”는 한 마디와 호쾌한 웃음이었다.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경화는 “인생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황금기라고 할 40대가 지나서도 꾸준히 위로 올라갈 수 있다면 바라는 그림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매번 ‘이것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어느 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6세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정경화는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유럽 데뷔 무대를 가진 1970년 클래식 명문 레이블 데카와 전속 레코딩 계약을 맺고 꾸준히 앨범을 녹음해왔다. 이번 앨범은 2016년 계약을 맺은 워너 클래식을 통해 발표했다. 정경화는 “이번 앨범이 33번째라는 것을 워너뮤직코리아 측에서 귀띔해줘서 알았다”며 “다른 앨범과 마찬가지로 힘들어서 다시는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기력과 정성을 들여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자신의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의 국내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마침 전날은 정경화의 70세 생일이기도 했다. 기자회견 전 생일케이크가 등장하자 정경화는 쑥스러운 표정을 짓다 이내 소원을 빌고 케이크의 촛불을 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연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워너뮤직코리아).


지난 23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 이번 앨범은 포레, 프랑크, 드뷔시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으로 꾸몄다. 2011년부터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영혼의 동반자’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처음으로 함께 녹음한 앨범이기도 하다. 정경화가 처음으로 녹음한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두 번째로 녹음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포레와 프랑크의 소품 ‘자장가’와 ‘생명의 양식’, 올해 타계 100주년을 맞는 드뷔시 ‘아마빛 머리의 소녀’ ‘아름다운 저녁’ 등을 담았다.

한국 발매 음반에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새로 녹음해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했다. 1987년 발표한 앨범 ‘콘 아모레’에 수록했던 정경화의 대표곡이다. 정경화는 “‘사랑의 인사’는 그 무렵 태어난 첫 아들을 위해 녹음한 곡이었다”며 “예전에 녹음했을 때는 정열을 담아 연주했다면 이번에는 안정된 마음에서 연주해 과거보다 더 심플하게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 녹음에 사용한 악기는 1702년에 제작된 ‘킹 막시밀리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정경화는 “크기는 다른 바이올린보다 조금 작지만 소리의 볼륨은 무시할 수 없는 악기”라며 “제 성격을 파악해서 반응하는 소리가 너무나 행복하게 느껴져 당분간은 이 악기로 연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화는 서양에 한국을 알린 최초의 클래식 연주자로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해왔다. 클래식 황금기를 주도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70세를 맞은 지금도 변함없는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된 1980년대와 손가락 부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복귀한 2000년대 중후반을 꼽았다.

정경화는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성격이 굉장히 날카로웠지만 아이를 낳은 뒤부터는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2005년에 대해서는 “모든 걸 다 중단하고 은퇴했지만 늘 긍정적이었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통해 인생의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로 관객과도 만난다. 오는 30일에는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 올라 보훔심포니오케스트라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오는 6월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갖는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는 케빈 케너와 함께 새 앨범 수록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경화는 “음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과 평화”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관객에게 나의 음악이 위로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연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새 앨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워너뮤직코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연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워너뮤직코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연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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