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서울 종로는 이번 4·13 총선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표면적 의미에 더해 대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모의고사의 성격도 있다.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자마자 대선을 향한 잠룡들의 거취도 함께 정리될 지역구다.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답게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이라는 3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맞대결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까지 승승장구하다 ‘무상급식’ 이슈로 낙마했다. 최근 차세대 대권주자로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종로가 오 후보의 정치 생명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5선 의원인 정 후보는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중진급 인사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정 후보가 당선되면 본격적인 대선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못해도 국회부의장은 ‘맡아놓은 자리’라는 평이다.
대구 정치 1번지인 수성갑은 김문수 새누리 후보와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맞붙는다. 김문수 후보는 안정적인 대구 지역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이란 점에서 단숨에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대구 동구을 유승민 무소속 후보는 자기 지역구보다 인근 지역구에 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이 무공천하면서 사실상 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유 후보의 계파인 류성걸(대구 동갑)·권은희(대구 북갑)·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의 당선 여부다. 이들이 생환하면 유 후보의 입지가 다져지지만 낙선하거나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이상을 얻으면 유 후보의 대권행에는 빨간불이 켜진다. 굳이 유 후보 등 탈당 인사들의 복당을 허용할리 없기 때문이다.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전체 총선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호남의 대승이 예견되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얻는 의석수에 따라 추후 행보가 달라질 전망이다. 호남만의 승리로 선거가 끝날 경우 총선 후 야권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불출마했지만 그 누구보다 총선 성적표에 민감하다. 호남의 지지를 단서로 대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 카드까지 던진 만큼 이번 총선 결과가 문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