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는 25일 노키아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키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5일 기기와 서비스 사업의 사실상 전부를 MS에 매각하는 거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은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 변호사는 이에 대해 “양사의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되면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는 하지 않고 특허만 보유하는 특허괴물(NPE)이 된다”며 “현재도 높은 노키아의 특허 로열티가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EA를 비롯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은 지난달 공정위에 양사의 결합이 국내 전자·정보기술(IT) 업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11월 노키아와 특허 공유계약을 연장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입장이다. 하지만 LG전자(066570)는 노키아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어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가 보유한 휴대폰 관련 특허는 약 3만건. 이 중 약 7000건이 통신 관련 특허로 알려졌으며,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특허 사용료를 20배나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보유 특허를 무기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에서는 노키아가 해외업체와 우리업체와 특허 로열티를 다르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EA를 비롯한 국내 IT 관련협회는 노키아가 MS와 합병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로열티 상한선’(가칭)을 요구했다. 하지만 규제 철폐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기업 간 거래내용까지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규제강화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공정위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현재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MS가 표준특허를 기반으로 중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생산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대해 판매금지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합병거래 후에도 현재와 같은 기술특허사용료나 허가 조건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조건을 걸었다.
또 표준특허는 영구적으로 비표준특허는 8년 동안 적용하면서 비표준특허는 악의적인 라이센스에 한해 판매금지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25일 예정)이 공정위의 심사 결과 발표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조속한 양사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바라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전에 양사 결합을 승인할 경우 공정위가 미국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특허권 행사로부터 해방돼 특허소송이나 로열티 인상 요구가 쉬워질 것”이라며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면 중국 정부가 내건 조건보다 더 수위가 높은 조건부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MS는 지난해 9월 54억 유로(약 8조 원)에 노키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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