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김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김한길 민주당 대표·3일)→박 대통령과 여야대표 3자회담(황우여 새누리당 대표·5일)→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5자회담(청와대·6일)→박 대통령과 단독회담(김한길 민주당 대표·7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단독회담’제안을 ‘5자회담’으로 화답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차 ‘단독회담’ 요구로 응수했다. ‘5자회담’을 거부한 김 대표의 논리는 이렇다.
“담판을 짓는 게 중요하니 언제 어디서든 형식·의전 구애받지 않고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대로 둘이 만나겠다고 한 것인데, 다자회담은 왜 안 받느냐고 하는 건 상당한 비약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서 담판짓자는 건데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담판이 어디있나.”
여당과의 줄다리가 협상보다는 정국 교착의 마지막 해결책으로 대통령과 야당대표 즉 여야의 ‘영수’가 만나 담판을 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논리에는 ‘야당대표의 파트너는 여당대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단순한 격(格)의 문제를 떠나, 박 대통령이 여의도정치 현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당정분리’ 의 원칙과도 연계돼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을때도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상황따라 바뀌는 ‘회담의 정치학’
하지만 이러한 양측의 논리가 늘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최대한 정치적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측과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과거도 그랬다.
“언제든지 대통령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2005년 1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신년기자회견)
2004년 3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했던 박 대통령은 이처럼 여러차례 공식석상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은 “나는 여당의 영수(領袖)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지금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논리와 유사하다.
이후 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박근혜 대표에게 ‘대연정’ 관련 영수회담을 제의했고, 박 대표도 제의에 응하면서 청와대에서 2시간30분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회담’이라는 명칭의 단독회담을 가졌다.
반대로 김한길 대표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6년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한 영수회담을 노 대통령에게 제의하자 “대통령은 당원일 뿐인데 영수회담 제안은 이상한 일이다. 한나라당 대표의 맞상대가 대통령이라면 여당 대표는 누구와 상대하느냐”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가 지난 3일에 이어 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의하면서 줄곧 ‘영수회담’이 아닌 ‘회담’ 또는 ‘단독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민주 ‘불쾌’, 청와대 ‘유감’.. 갈등 깊어지나
회담형식이 ‘핑퐁게임’처럼 진행되면서 접점 모색이 이뤄지기보다는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노웅래 대표비서실장은 “역지사지로 만약 박 대통령이 야당대표시절에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그때 대통령이 ‘N분의 1’의 다자회담을 제안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야대표로부터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로 ‘형식을 바꿔라’라고 주문하는 모습은 과거와 다를 바 없지만, 정국경색을 풀어보자며 오고가는 ‘회담 제안’이 오히려 정국을 더 꼬이게 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만큼 청와대의 전격적인 단독회담 수용이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3자회담’식의 절충안이 어떤식으로든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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