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국감..부자감세 논란 `재현`(종합)

김기성 기자I 2009.10.13 17:57:07

여 `감세기조 유지`-야 `부자감세 철회` 대립각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신설·中企 임투보완 검토

[이데일리 김기성 김재은 박기용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세정책에 대한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감세정책을 `부자감세`라고 비난하면서 철회를 요구한 반면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은 `부자감세`는 정치구호에 불과하다며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감세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10% 세액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올해말 폐지와 관련,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폐지를 유예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세를 이뤘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법인·소득세 인하를 예정대로 추진하되 최고세율 구간 신설에 대해서는 합리적 대안이 마련된다면 수용할 뜻을 피력했다. 또 중소기업에 한해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관련한 구제방안을 검토하고 전세보증금 과세문제도 재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中企 임투세액 보완 검토

윤 장관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 등에 대해 조세 소위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모색될 경우 그 대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법인 소득세에 대한 세율 인하 유보가 안된다면 소득세에 고세율 부과구간을 더 만들고, 법인세도 고세율 부과구간을 하나 더 만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윤 장관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만 윤 장관은 "감세기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는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예정대로 추진하되 소득재분배와 세수확충 등을 위해서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구간을 신설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백재현 의원은 "법인 소득세에 대한 세율 인하 유보가 안된다면 소득세에 1억5000만원이상의 고세율 부과구간을 더 만들고, 법인세도 1000억, 2000억원 등 고세율 부과구간을 하나 더 만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소득재분배 원칙에도 부합하고,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비해 법인세나 소득세의 최고세율이 높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의원은 양도세 예정신고공제 폐지에 대해서도 "예정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20%의 가산세 부과는 맞지 않으며, 예정된 인센티브를 주지 않을 경우 양도세가 더 유실돼 공제율을 현행 10%에서 5% 수준으로 낮춰서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양도세 신고세액공제를 없애면서 예상되는 국민적 거부감, 저항에 대해 단계적인 접근안 등이 조세소위에서 심도있게 논의되길 기대한다"며 "합리적인 대안이 모색되면 그 대안을 저희가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또 중소기업 전체 세액공제중 68%를 차지하는 임투세액공제가 대안없이 종료될 경우 중소기업의 타격이 크다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임투세액공제 폐지로 인한 중소기업 구제 방안을 조세소위 논의를 통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혜훈 의원은 "대기업과 부자의 세금을 깎아줘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 세부담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의 대표적 사례가 임투세액공제 폐지"라며 "임투세액공제 폐지로 중소기업 투자 축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전세보증금 과세가 전셋값 상승과 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셋값 시장 상황에 따른 정부안 유예 가능성을 타진했다.

윤 장관은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전세금 과세를 결정했으나 세입자 부담 전가 등을 막기 위해 3주택 이상, 보증금 3억원 이상중 60%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시행을 1년 유예한 것"이라며 "내년 부동산 시장을 봐가면서 1가구 3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 문제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소위에서도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 여야 `부자감세` 공방전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첨예한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칼날을 세웠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이 항구적 감세가 아닌 일시적 감세를 하고 있다"며 "영국, 미국 등은 되레 소득세 상한을 높이는 등 증세하는 추세인 만큼 소득세율 인하는 국제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소득세를 45%에서 50%로 높였고, 미국의 경우도 소득세 상한선을 35%에서 39.1%로 높였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득세율 35%에서 33%로 항구적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맞지 않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비교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세만 철회해도 5년동안 20조원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며 "이런 것 하지 않고 서민정책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율이 OECD 26개 국가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했다"면서 "정부의 감세로 인해 48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금이 11만원 줄어든 반면 그 이상 소득자는 330만원이 주는 등 조세공평주의 원칙상 실질적 평등과 형식적 평등 모두 충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억2000만원 이상에서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등 조세총액을 유지하더라도 재분배 효과를 높이는 방향의 조세재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인세 소득세율 인하 유예를 주장해온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소득세는 오히려 실효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며 "소득세 감세보다는 각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5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면세자가 세율인하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어 재분배 기능이 악화돼 저소득층의 후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자본과세인 법인세가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므로 낮추게 바람직하지만 법인세율 인하는 대규모 세수결손, 국가부채 증가로 연결돼 지출조정이 없는 법인세율 인하는 경제 활성화 등 본래 의도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결납세제도 부재, 법인간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 불리한 손금제도 때문에 법인의 실효 세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인세율을 낮추기보다 법인의 세부담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감세정책을 옹호하는 주장은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속칭 `부자감세` 논쟁이 계속되는 것은 경제현상을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지엽적으로만 바라보는데서 생기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또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는 경쟁상대국보다 세부담을 높지 않도록 해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킴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시키기 위한 목적이지 결코 소수 부자들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도 "감세를 무조건 나쁘다 얘기해서는 안되며,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면서 "정책의 목적대로 민간의 설비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대기업들의 투자를 권고하고 독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정부 정책을 두둔했다.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감세를 중심으로 한 성장 친화적 세제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국가재정이 어려우니 감세를 유예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이것이 재정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며 "잠재적채무인 각종 연금 역시 세제나 세출과는 별개로 각 연금 자체의 개선을 통해 해결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세는 그야말로 길게 봐서 비효율을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수가 증가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고 결국 이를 복지지출로 연결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는 이른바 성장친화적 세제가 최근 전 세계 국가의 공통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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