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암초로 다시 돌출하고 있다.
미국은 뼈 없는 쇠고기 뿐 아니라 LA갈비와 같은 뼈 있는 쇠고기 시장까지 즉시 개방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측의 이런 요구가 국제사회에서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요구로 FTA 협상 자체가 결렬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국을 압박,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미국측 전술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 美 "쇠고기 시장 개방 없이 FTA 타결 없다"
웬디 커틀러 FTA 미측 협상수석대표는 8차 협상 첫날인 8일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없이는 한미 FTA 타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측이 제안한 부분 반송안에 대해서도 "전혀 융통성이 없는 제안"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부분 반송안은 전수 검사 후 뼛조각이 발견된 쇠고기 상자만 반송한다는 것.
미국산 쇠고기는 40%의 수입 관세를 부과받고 있으나 지난 2004년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전면금지됐다. 2006년 초 한미 양국이 30개월 미만 뼈를 발라낸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했으나 지난해 말 3차례 수입 검역에서 모두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현재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이전 협상과는 달리 "뼈 없는 쇠고기 뿐 아니라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쇠고기 검역기술협의 당시만 해도 뼈 없는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뼛조각 해석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미국은 5월말로 예정된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 위험등급이 2등급으로 상향조정될 것이며 이에 따라 등급평가가 재조정되는 즉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한국 "미국, 국제사회 룰 지켜야..명분도 없어"
한국은 이런 주장이 국제사회 룰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OIE의 상위조직인 세계무역기구(WTO)는 동식물 검역규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위험평가가 적절하다고 인정될 경우 수입국이 자체 추가 검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 같은 국제 기준에 따라 반대하면 (미국측은)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쇠고기 수입 시장 재개 문제는 FTA의 의제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 지난 7차 FTA 협상까지 위생.검역(SPS) 분과에서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검역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 미국의 전술
미국이 `쇠고기 시장 개방 카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다양한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측으로서는 한국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쌀 시장 개방보다는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자국에 더 큰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수입 중단 직전인 지난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9만9443톤으로 전체 국내 수입시장의 70%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의회의 눈치도 봐야 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이후 미국 행정부가 의회의 입김을 더욱 세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소수 계층, 국내 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 FTA 체결에 비우호적이다. 미국측의 무리한 요구 역시 의회에 보여주기 위한 `과잉 액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요구가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협상을 깨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형적인 협상 전술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커틀러 대표는 이날 "현재 봄이 빠르게 오고 있다"며 협상이 결실을 맺어 이달 말까지 타결될 것"이라고 타결을 낙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