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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주주환원' 단순 공식 아냐…"자본비용 고려해야”

이용성 기자I 2024.09.20 14:51:26

기업거버넌스포럼 ''밸류업'' 세미나
"기업들 밸류업 대부분 잘못 이해"
"재투자도 때론 기업가치 제고 효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주주 환원은 수단과 방법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밸류업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진행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무조건적인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이 답이 아니고, 개별 기업의 상황과 자기자본비용(COE)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진행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 대부분이 예비공시에 그쳤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세운 기업들마저도 COE 등 핵심을 빼놨다는 지적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주주환원이든 재투자든 본질은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밸류업은 주주자본비율이 얼마인지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주주자본비율과 총주주수익률(TRS)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일본의 밸류업 정책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밸류업 정책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고 강조했다.

주주환원을 많이 하는 것만이 밸류업이 아니라 때로는 기업의 재투자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밸류업’이라는 얘기다. 이어 김 교수는 “어떤 상장 기업은 주주 환원보다는 재투자가 나은 회사가 있을 수 있다. 밸류업이 곧 주주 환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해를 깨야 한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강조했다.

COE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요구하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주주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다. 총주주수익률은 주주들이 투자한 주식에서 얻는 수익을 측정하는 지표다. 앞서 기업거버넌스포럼이 메리츠금융지주에 ‘A+’ 학점을 주고, 처음 밸류업 공시를 한 키움증권에는 ‘C’ 학점을 준 이유도 메리츠금융지주는 자기자본비용과 총주주수익률을 고려했지만, 키움증권에는 이 같은 판단과 설명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상장 기업이라고 무조건 주주 환원을 해야 한다는 아니고, 주주 환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요구수익률이 자기자본이익률(ROE)보다 낮으면 내부 재투자가 기업·주주 가치 제고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규식 변호사도 “재투자는 주주 환원을 미래로 이연하는 것이고, 최선의 주주 환원은 재투자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도 다듬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존 전 마이 알파 매니지먼트(My Alpha Manegment) 한국 투자부문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기업들의 가치와 주가 사이 브로큰 링크(깨진 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100을 벌면 주주가 그만큼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데 그게 주주한테 돌아오지 않기에 언더퍼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브로큰 링크를 연결해주는 것은 독립된 이사회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 역시 “기업이 주주요구수익률을 제시해야 하며 이사회는 경영책임에 부담을 느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밸류업을 통해 혁신 경제를 이루려면, 일반 상장기업에서도 ‘충실의무’가 필요하고 이사회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가 반드시 입법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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