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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제한’ 파나마운하 앞 선박들 밀렸다…물류비 오를까

김영은 기자I 2023.08.11 17:14:29

가뭄 탓에 이동하는 선박 규모·운항 횟수 제한
“운항 제한 경제적 영향 오는 10월 나타날 것”
해운업계 할증료 인상계획에 한국 기업도 부담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전세계 물류 동맥인 파나마운하의 병목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파나마운하의 수위가 낮아져 파나마운하청이 통행 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운하를 이용하는 컨테이너 선박에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비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나마운하을 운항하기 위한 선박이 대기하고 있다.(사진=AFP)


10일(현지시간) CN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은 이날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깊이(물속에 잠긴 깊이·흘수)를 앞으로 수개월간 13.41m로 제한했다.

파나마운하는 2016년 6월 확장 공사 이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규모를 네오파나막스급(화물선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으로 정한 바 있다. 여기에 선박의 깊이 제한을 둠으로써 이보다 더 큰 규모의 화물선은 운항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운하 통행이 가능한 선박수도 지난달 30일 하루 36척세어 32척으로 축소했는데 추가 감축도 예고했다.

현지 언론은 가뭄으로 운하의 수량이 점점 줄고 있어서 교통량 통제가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나마운하청은 “‘가뭄에 따른 가툰호수 수량’ 때문에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파나마 전역이 가뭄에 시달리면서 파나마 운하의 대부분을 이루는 가툰 호수가 적정 해발고도(약25.9m)를 유지하기 어려졌다. 선박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 사용하는 물의 규모는 약 2억ℓ인데 현재 운하 수량 수준이 평소 통행 선박 규모를 수용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파나마 운하를 건너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은 총 160척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소 대기수준(약 90척)보다 약 1.8배 많은 수치다.

파나마 운하 병목이 이어지면서 물류비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CNBC는 “화물선들이 해당 항로 대신 먼 거리를 돌아가는 대체 항로를 선택할 경우 발생하는 시간 및 연료 비용의 부담이 (물류비 형태로) 소비자,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ACP청장은 지난주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의 경제적 영향이 오는 10월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나마운하 이용 선박의 70%가 미국을 오가는 선박인 점과 관련해 미국발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현재 휴가철 세일을 겨냥한 미국 내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아마존, 타겟 등의 수요는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물류 및 공급망 전문가들이 혼란을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물류정보업체 프레이토스는 “지난 1일 기준 주간 해상 컨테이너 운임지수(FBX)는 아시아~미국동부(USEC) 기준 3% 상승했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 문제가 장기화하면 한국 수출기업 역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칠레에 이어 파나마 운하 이용국 5위로 알려진 한국은 지난 6월 이미 통항 차질에 따른 할증료 부담 압박 등을 받아왔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출발해 북미로 가는 노선의 운하 할증료를 컨테이너당 300달러로 올렸고, 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도 동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3개 노선에 컨테이너당 260 달러 수준의 운하 요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이 심화하면서 다른 해운사들도 노선 이용 선박에 비용 전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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