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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어 여야에서 각각 추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선출안을 일제히 표결했다. 이상훈·이옥남·오동석·이상희·허상수·차기환 위원 선출안은 통과됐으나 유일하게 이제봉 위원 선출안만 부결됐다. 이 선출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적 269명, 찬성 114명, 반대 147명, 기권 8명이었다.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인 이제봉 후보자는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됐으나 ‘극우’ 인사라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표결 직전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엔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 등을 열거하며 찬성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실제 표결에도 이 공유 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본회의를 진행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여야 합의에 따라 30분간 정회를 선포한다”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여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본회의는 산회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날 미뤄진 안건은 오는 27일 본희의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해 올린 인사 안을 이렇게 부결시키는 반칙이 어딨나. 박홍근 원내대표란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격분했다. 그는 “의회 권력을 장악했다고 해도 유분수”라며 “힘자랑도 지나친 것 아니냐. 이래서 무슨 타협을 하고 대화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당이 (인사를) 추천하면 서로 양해해 통과시켜준 것이 오래된 국회 관례인데 민주당이 의석 많다고 비토한 듯하다. 앞으로 우리가 추천해야 하는 위원들은 민주당 결제 받고 해야 한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소수일 때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상대 당이 추천한 사람이 도저히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준하는 게 관례였다. 이를 따라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당론 등을 통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사안이 없고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투표했다는 입장이다. 즉, 이 후보자가 과거사정리위원으로서 부적격하다고 의원들이 각자 판단을 했고 그 결과가 표결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분(이제봉 후보자)의 화려한 주장이 얼마나 한 쪽으로 치우쳤는지 아마 의원들이 현장에서 판단한 것 같다. (의원들이) 각자 헌법적 양심과 소신을 가지고 부결시키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 과정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나. 왜곡, 편향된 사람을 국회에 추천한 것 자체가 문제다. 이것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올려서 ‘보복’을 한 것 이냐는 주장도 제기된다는 취재진의 말에 “대한민국에 삼류 정치소설이 판 치는데, 이런 일마저 삼류 창작소설 써서 되겠느냐”며 “서로 추천한 것을 존중해왔다는 관례를 지적하기 앞서 추천한 사람이 편향된 사람인지 몰랐다고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태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오늘 민생 법안이 많은데 말로만 민생 하다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훼방 놓는 것이 여당“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