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는 모두 사라졌지만"…여전한 대학가 페미니즘 바람

황현규 기자I 2019.03.08 13:17:51

지난해 서울 시내 대학 총여 모두 전멸
총여 재건 활동부터 소모임 활동 지속
"없어진 총여 활동 불편"vs"활동 자체 의미있어"

세계 여성의 날(8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 연세대 총여는 여성운동 부스를 설치해 총여 관련 홍보활동을 했다. (사진=연세대 31대 총여학생회 프리즘 제공)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연세대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폐지를 끝으로 서울 시내 대학의 총여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총여가 사라진 대학 캠퍼스에는 총여 재건 운동부터 페미니즘 소모임 등 여성운동이 계속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오히려 총여 활동을 했던 학생들이 나서서 여성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총여 폐지 후에도 소모임 운영 등 여성운동 활발

지난 1월 서울 시내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연세대 총여는 학생 총투표를 거쳐 폐지됐다. 연세대 재적생 가운데 54.9%(1만 3637명)가 참여한 당시 투표 결과 △폐지 찬성 78.92%(1만 763명) △폐지 반대 18.24%(2488명) △기권 2.84%(386명)이 나왔다. 연세대와 함께 동국대·성균관대·광운대도 지난해 총여를 폐지했다.

그러나 총여 폐지 이후에도 총여 관계자들이 대학 내 여성 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는 31대 총여 `프리즘`이 여성 부스를 설치했다. 해당 부스에는 △여성 운동 역사 △총여학생회 활동 △여성 교지 등이 전시됐다. 프리즘에 따르면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재학생 500여 명이 부스를 방문했다. 이민선(23) 연세대 31대 총여 프리즘 회장은 “비록 총여는 사라졌지만 여성 인권 활동은 멈추지 않는다”라며 “비공식적으로 총여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현재 신입생을 대상으로 총여 홍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 총여학생회 회장을 지낸 윤원정씨는 문과대 페미니즘 소모임을 만들었다. 소모임의 이름은 페이스 타임. (사진=윤원정씨 제공)


총여로 활동했던 학생들이 나서서 페미니즘 소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 동국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낸 윤원정(23)씨는 문과대 소모임 `페이스타임(F.A.C.E)`을 만들었다. 이 소모임은 페미니스트(Feminists), 항상(Always), 창조(Create), 진화(Evolution)’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소모임의 주요 활동은 △페미니즘 캠페인 △강연 주최 △페미니즘 연구로 이뤄진다. 윤씨는 “총여가 폐지되고 어떤 여성주의 운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소모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동국대는 총여 존폐를 두고 학생 총투표를 치뤘다. 재적생 1만 2755명 중 7036명(55.16%)이 참여한 당시 투표에는 75.94%(5343명)가 총여 폐지에 찬성했다. 작년 총여를 폐지한 성균관대에서도 학생들의 페미니즘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총여 폐지 투표의 정당성을 지적하던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는 현재 교내 재학생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관련 강의를 개최하거나 관련 캠페인을 주최 중이다.

◇‘불편’ vs ‘다행’…학생들 사이에서 반응 엇갈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폐지된 총여 활동의 연장선이라서 불편하다”는 입장과 “여성운동이 끊기지 않아 다행”이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성모(19)씨는 “학생 총 투표를 거쳐 폐지된 총여가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페미니즘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주체가 총여 관계자인 점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반면 성균관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홍모(23)씨는 “총여 폐지 당시 페미니즘 운동이 한풀 꺾이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다”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허용되는 대학사회에서 여성운동이 계속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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