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경기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6%에 그치며 3분기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2.0%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의 최저치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다는 점에서 ‘성장률 쇼크’로 평가할 만하다. 기업 투자의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민간소비도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정부가 돈을 풀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예상치 하회…“성장의 힘 약해져”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3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가장 낮다. 연율(분기별 성장률을 1년 기준으로 환산)로 따지면 2% 중반 안팎의 저성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까지 가라앉았다. 2009년 3분기 0.9%를 나타낸 이후 9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3분기 당시 고성장(3.8%)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성장률은 금융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은 전기 대비 0.8%, 전년 동기 대비 2.3%를 각각 점쳤다. 이근태 L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초 전망보다 낮게 나왔다”며 “성장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은은 “예상했던 성장 경로에 있다”(박양수 경제통계국장)고 평가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조금 더 냉정하다.
성장의 양과 질이 모두 악화됐다. 무엇보다 투자 부진이 뼈아파 보인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4.7%, 전년 동기 대비 -7.7%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한 투자 흐름은 2013년 1분기(-12.3%) 이후 5년반 만에 가장 저조해졌다. 시장은 설비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점치긴 했지만, 실제 속보치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등 기계류 투자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경제 첨병인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건설투자는 이미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전기 대비 증가율은 -6.4%로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한 성장률은 -8.6%까지 내려앉았다. 1999년 1분기(-8.8%) 이후 가장 낮다.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침체해 있는 것이다. 건물건설과 토목건설 모두 줄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민간소비도 정부의 기대만큼 살아나지는 않고 있다. 3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2.6%를 기록했다. 투자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나마 경기를 떠받친 건 정부였다. 3분기 정부소비는 2분기와 비교해 1.6% 늘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한 증가율은 4.7%로 다른 부문들보다 높았다. 정부소비가 증가했다는 건 가계의 씀씀이를 더 많이 보조해줬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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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7% 달성 미지수…내년 더 문제
관심이 모아지는 건 올해 전체 성장률이다. 3분기 성장세 부진 탓에 최악의 경우 2% 중반 근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2.7%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는 전기 대비 0.82% 이상 성장해야 한다. 정부가 대대적인 부양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추후 성장 흐름도 주목된다. 내년으로 갈수록 하방 리스크가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리스크가 한둘이 아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는데, 주요 민간연구기관들은 2% 중반대를 점치고 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면 기업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2.7%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