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CIA가 테러 용의자를 대상으로 자행한 고문 실태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CIA 고문보고서에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 때 CIA가 비밀수감소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자행한 고문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잔인하고 가혹한 방법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해왔다. CIA에 수감된 최소 119명 가운데 39명이 선진 심문기술(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에 당했다.
◇ 죽기 직전까지 물고문·노골적인 성고문 등 자행
CIA는 첫번째 수감자인 아부 주바이다(Abu Zubaydah)를 시작으로 심문 기술을 강화했다. 아부 주바이다는 ‘입 가득 기포가 채워져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물고문을 당했다. CIA 내부 기록에 따르면 칼리드 모하매드(Khalid Shaykh Mohammad)는 ‘거의 죽기 직전((series of near drowning)’까지 당했다.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반복하면서 수감자를 때리는 것은 물론 벽으로 밀치는 수법을 함께 사용했다. 잠을 안재우고 벌거벗은 상태로 두는 수법은 동시에 이뤄졌다. CIA는 수감자를 서있거나 불편한 자세로 180시간(7.5일)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다. 때로는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쇠고랑을 채우게했다. 수감자 중 최소 5명은 잠을 자지 못해 환각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체모를 모두 깎고 나체로 낮은 온도의 방에 가둔 후 밝은 조명과 시끄러운 소리에 노출시키는 고문도 행해졌다.
또 CIA는 고문을 위해 벌레를 사용하거나 모의 무덤(mock burial)을 만들기도 했다. 성고문을 자행하기도 했으며 용의자를 위협하기 위해 ‘러시안룰렛(총알을 한발 만 넣고 멀에 총을 쏘는 것)’도 이용했다.
수감자들에게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항문을 통한 음식물 투여(rectal feeding)’, ‘항문을 통한 수분 투여(rectal hydration)’도 자행했다.
CIA는 이 보고서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으며 심문 수법에 대해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강압적인 기술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
물고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CIA의 심문 기술은 부시 정부 시절 법무부에 의해 승인된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CIA가 심문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승인받지 못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수감자 상태나 고문의 효율성에 대해 CIA의 정보에만 의존했다. 법무부는 독립적으로 정보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2006년 4월까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또 CIA는 심문을 통해 정보를 얻은 성공 사례가 20차례 있었다고 보고했으나 CIA 고문보고서는 각각의 사례에 대해 ‘기본적인 측면에서 잘못됐다’며 가혹하고 잔인한 심문 기술은 정보를 수집하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CIA의 선진 심문 기술이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스럽다”며 “그 기술의 사용은 수감자의 협조를 이끌어내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유엔 “CIA와 정부 기소해야”
CIA 고문보고서 공개는 오바마 행정부, 민주당과 부시 전 행정부와 공화당의 갈등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IA가 자행한 고문에 대해 “미국의 위상에 상당한 손상을 끼쳤다”면서 “우리의 가치와 국가안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당시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 보고서 공개를 반대했다. 앞서 부시 전 대통령은 CNN 인터뷰를 통해 “CIA 직원들은 애국자였다”며 CIA를 옹호했다.
CIA 고문보고서 공개 후 고문과 관련 CIA와 정부 관리를 기소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성명을 통해 “보고서에서 드러난 고문 책임자들은 재판에 회부해 그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