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달러-원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원화 강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출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다 못한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원화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 수출주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8원 내린 1052.2원에 마감했다. 이날 개장과 동시에 1051.5원을 찍은 뒤 1051원까지 밀리며 전날에 이어 연저점을 또 한 번 경신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쏠림현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면서 그나마 1052원대는 지켜냈다.
달러-원 환율뿐만 아니라 엔-원 환율도 5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가치는 연일 상승하며 좀처럼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 경제지표 호전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달러나 엔과 비교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에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외환보유액 증가와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의 양호한 외환 안정성도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강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과 맞서야 하는 수출주에는 부담스러운 소식이다. 전 세계 경기가 회복 바람을 타는 상황에서 자칫 수출주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실제 대표적인 수출주인 자동차 관련주는 연일 하락세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19일부터 단 사흘을 제외하고 계속 떨어졌다. 이 기간 주가는 25만원대 후반에서 22만원대까지 내려왔다. 기아차(000270) 역시 6만2000원대에서 5만5000원대까지 밀렸다.
일본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IT주 역시 환율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 같은 기간 IT 대표주 삼성전자(005930)는 140만원대 중반에서 소폭의 등락만을 보이고 있고, SK하이닉스(000660)는 오히려 3만2000원대에서 3만6000원대로 올랐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원화 강세 시 타격이 우려되는 종목을 꼽을 때는 가격경쟁력과 품질·시장점유율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자동차주는 우수한 품질과 높은 시장점유율을 지닌 삼성전자 등 IT주와 비교해 원화 강세에 따른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원화 강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이머징 국가들의 수출 경기 불안을 해소해 이머징 통화의 강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원 환율이 104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예상대로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자동차주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연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기대치를 낮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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