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이지현 김영환 기자] “한국 금형 가격이 일본에 비해 15~20%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이후 원화가치가 25% 상승하면서 일본에 시장을 뺏길 판입니다. 이미 수출단가를 20% 낮춰 달라는 요구를 받고 60억원의 수출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전남 화학제품생산 H사 대표)
“열처리는 모든 산업의 바탕이 되는 뿌리산업입니다.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어요. 우리는 1년 365일 지속적인 전기 에너지가 필요한데 생산량이 늘어나는 여름과 겨울에는 50~70% 할증된 전기료가 책정됩니다. 원자재나 다름없는 전기료 인상으로 도산의 위기에 처한 곳이 한두개가 아닙니다.”(경남 열처리 업체 S사 대표)
중소·중견기업계가 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끝도 없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이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해 업종별 중소기업인 등 40여명은 환리스크 관리지원 및 해외 마케팅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18개 현안 과제 해결을 건의했다. 중기 사장들이 마이크를 잡고 산업현장의 해묵은 난제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자 윤 장관도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였다. 박근혜 정부의 친(親)중소기업 의지에 걸맞게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일본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 추진에 따른 중기의 수출경쟁력 약화 문제는 이날 간담회 최대 화두였다. 실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전남 H사의 경우 수출단가 20% 인하 요구에 60억원의 수출 계약을 포기하는 등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키코(KIKO) 사태의 여파로 수출 중기들이 환헤지 상품 가입을 꺼려 피해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의 안정적 환율 운영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형유통점의 판매 수수료 인하 주장도 제기됐다. 백화점업계가 최고 39%에 달하는 판매수수료를 입점 중소업체에 강요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 주상호 한국패션협회 상무이사는 “판매 수수료 인하 대상을 매출액 기준 50억원 이하의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 등 업종별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독일식 선진 가업상속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주식매각·기업가치 하락·고용불안 등의 부작용을 초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을 기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시 중기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FTA 체결 확대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는 세계 3위로 확대됐지만 중기의 수출 체감효과는 적고 FTA 활용률도 낮다. 이는 FTA 체결시 대기업 입장이 중시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기업계의 판단이다. 이동한 에이비산업 대표이사는 “향후 중국·일본과 FTA 체결에 따른 수입관세 인하시 중기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FTA 체결을 추진시 중소기업 피해 예상품목을 최소 10년간 개방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업계는 이밖에 ▲전통시장 특성화 ▲ 공공기관 평가시 하도급업체 보호방안 ▲ 은행 대출관련 정보공개 의무화 ▲대형마트 및 SSM의 판매품목 제한 ▲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범위 확대 등을 촉구했다.
윤 장관은 “박 대통령도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했듯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혔다.
한편 중견기업계 역시 이날 오후 마포구 도원빌딩 중견련 사무실에서 윤 장관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경영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강호갑 회장과 전현철 부회장 등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단은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견기업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로 간주하는 등 관련법령의 조속한 정비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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