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은 6월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이 152억7000만달러(약 19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수입액이 166억8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0.7% 줄면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적자 폭은 14억1000만달러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아직 열흘간의 수치이기는 하지만 모처럼 만의 수출 증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 5월까지 8개월 연속 수출 감소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올 들어선 2월을 빼면 매월 두자릿수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었다. 물론 같은 기간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21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6.0% 줄었으나, 올 들어 누적 수출액 감소율이 12.9%라는 걸 고려하면 감소 폭이 확연히 줄었다.
한국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이 완만해졌다. 반도체 수출액 전년대비 감소율은 4월 41.0%에 이르렀으나 5월 36.2%로 줄었고 6월1~10일엔 다시 31.1%까지 내렸다. 또 반도체 수요산업인 무선통신기기 수출액도 전년대비 5.7% 늘며 반등했다. 대중 수출 감소폭도 3월 33.1%에 이르렀으나 4월 26.5%, 5월 20.8%에 이어 6월 초엔 10.9%까지 떨어졌다. 전년대비 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그 폭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경제동향 6월호에서 이 같은 추이 변화를 토대로 “경기 저점 시사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승용차와 선박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며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만회했다. 증가율이 각각 137.1%, 161.5%에 이르렀다. 지역별로도 중국을 뺀 대부분 지역 수출이 전년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우리의 3대 수출지역인 대유럽연합(對 EU) 수출액은 전년대비 26.6%로 큰 폭 증가했다.
|
무역적자 규모도 큰 폭 줄었다. 아직 월초이기는 하지만 이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 5월(15억8000만달러 적자) 이후 적자 폭이 가장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 올 1월 125억2000만달러라는 역대 최대 월간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4개월 연속 적자 폭이 줄면서 5월 들어 적자 규모가 21억달러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주요 에너지원의 국제 가격 하락에 힘입은 결과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국제유가 선물 시세(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3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으나 올 들어 꾸준히 내리며 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74달러까지 내렸다. 이 여파로 한국의 6월1~10일 원유 수입액은 지난해의 절반인 18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가스(7억7000만달러)와 석탄(6억1000만달러) 수입액도 전년보다 각각 6.0%, 48.3% 감소했다.
아직 6월 초이기는 하지만 하반기엔 수출 경기가 반등하리란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도 일단 청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선 이달 8일 관훈토론회에서 “무역수지는 4분기로 갈수록 흑자를 기록하고 반도체도 3~4분기를 지나며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30일 올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대비 12.7% 줄어들지만, 하반기 감소 폭은 5.2%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회복과 함께 수출액 전년대비 감소율이 현 12.9%(~6월10일)에서 9.1%까지 축소하리란 것이다. 올해 누적 적자도 353억달러로 전망했는데, 6월10일까지의 누적 무역적자가 288억달러라는 걸 고려하면 앞으로 올해 남은 기간의 적자 폭은 총 65억달러 전후에 그치리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