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카카오(035720)가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7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4년만에 역성장했다. 지난해 SK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관련 비용 등이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는 올해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개편과 함께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영역에 집중하며 성장 기회를 찾는단 계획이다.
◇영업비용 18% 증가…먹통 보상액 비용 400억원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다고 10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1071억원으로 15.8% 늘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줄어든 1조774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0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줄었다.
사업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9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고, 선물하기·톡스토어 등 톡비즈 거래형 매출은 선물하기 배송상품의 성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하지만 포털비즈 부문 매출은 일부 연결 종속회사 연결 제외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플랫폼 기타(모빌리티·페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3488억원을 기록해 플랫폼 매출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모빌리티 매출은 택시·대리 사업의 견조한 성장과 주차 사업의 도약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페이 회계 처리 변경과 클라우드 기저효과가 전체 매출을 감소시켰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8076억원을 기록했다. 스토리 매출이 마케팅 효율화와 지식재산권(IP) 유통 매출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한 2216억원을 기록했고, 뮤직과 미디어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14%, 39%씩 늘어나며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다만 게임 매출은 신규 게임 출시 공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카카오가 지난해에도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연간 영업 비용은 전년보다 18% 늘어난 6조5267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은 4년만에 역성장했다. 특히 인건비가 19% 늘었고, 외주·인프라비와 상각비도 25%, 59%씩 늘었다. 기타 비용도 84%나 증가했다. 여긴엔 4분기 ‘카카오 먹통’ 사건 관련 400억원 규모의 보상액 비용도 포함됐다.
◇카톡 프로필 만드는데 AI 아티스트 ‘칼로’ 활용
최근 오픈AI가 개발한 AI챗봇 ‘챗GPT’가 업계를 강타한 가운데 카카오는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 언어 모델 ‘코지피티(KoGPT)’를 활용해 연내 특정 분야에 특화된(버티컬) 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10일 컨퍼런스콜에서 “챗GPT의 등장은 카카오에 기회이자 위기”라며 “초거대 AI는 모델의 크기가 품질을 좌우한다. 결과적으로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글로벌 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버티컬 AI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하며 연내 AI 기반 버티컬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려 한다”고 했다.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개편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친구탭 내 친구 목록을 현재 가나다 순에서 관계의 중요도나 커뮤니케이션 빈도에 따라 바꿀 수 있게 하고, 멀티 프로필 기능을 디지털 신분증과 연동시켜 신뢰를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다. 오픈채팅도 친구 탭에서 분리해 별도 탭으로 신설한다. 또 상반기 내 AI 이미지 생성모델 ‘칼로’를 카카오톡의 프로필과 배경 사진을 만드는 데 활용하게 한다.
홍 대표는 “올해 카카오톡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채팅탭’으로 묶여있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을 세분화하고, 대화 대상과 관계에 맞는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형식과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카카오톡의 커뮤니케이션을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9% 지분을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 계획도 언급됐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는 “먼저 글로벌 음원 유통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각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카카오의 음원 유통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음원 유통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적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 “미국, 일본 등 양사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앙샤의 IP 경쟁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캐릭터·굿즈 사업에 SM IP의 활용도도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