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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삼성-현대가 합작, HDC신라 '신의 한 수' 통했다

최은영 기자I 2015.07.10 17:06:14
지난 5월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신의 한 수’였다. 국내 면세업계 2위인 호텔신라(008770)가 독과점 논란을 딛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권 획득에 성공했다. 호텔신라와 손잡은 현대산업개발은 롯데, 신세계 등 국내 거대 유통 공룡들을 물리치고 면세점 입찰전에 처음으로 나서 서울 입성이라는 대어를 낚아챘다.

두 업체 모두 입찰전 초반에는 유력한 후보가 아니었다.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면서 유치 가능성 1순위로 급부상했다. 양사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한 최적의 제휴로 입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양창훈(오른쪽), 한인규 HDC신라면세점 대표
업계에선 신라면세점의 ‘경험’과 현대산업개발의 ‘복합개발능력’이 만나 시너지를 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범 삼성가와 범 현대가의 합작이라는 재계간 화합 요소도 평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HDC신라면세점이 면세점 후보지로 선택한 용산은 입지적으로 강북과 강남을 잇는 가교로, 고속철도(KTX), 도시간 급행열차(ITX), 서울지하철 1·4호선, 경의중앙선이 자리한 교통의 요충지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한국관광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호텔신라의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현재 26.5%로, 롯데면세점(60.5%)에 이어 2위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입찰전에서 승리함에 따라 양강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종합 부동산 개발 업체에서 면세업계로 사업 역량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독자적인 경영 능력도 재조명됐다. 이 사장은 최근 수개월동안 면세점 사업과 관련된 여러 현장을 직접 돌며 현장을 진두지휘해왔다. 지난 달 말에는 메르스 사태로 위기에 처한 제주신라호텔에 8일간 머물며 사태 확산을 막아냈고, 역시 메르스로 인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자 이번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현지 여행사 대표, 국가여유국, 외교부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한국 관광 유치’ 활동을 펼쳤다. 이달 초에는 면세점 합작 파트너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만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고 “한국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여는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이 사장은 결과 발표 하루 전 열린 입찰 참여사 사업계획발표 현장에도 깜짝 동행해 면세점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전략이 우세했다”라면서 “중국은 지난해 화이난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열었고 일본도 엔저를 무기로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처음부터 국내 최대 규모, 동남아 최대 도심형 면세점으로 여기에 대항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정부가 필요로 하는 면세점을 정확히 꿰뚫고 이를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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