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유병언(73)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은 발견 당시 백골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유씨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얻어 도피 행각을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야산에서 홀로 숨진 채 방치된 이유와 사망 원인 등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자인 박모(77)씨가 유씨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시점은 6월 12일로, 유씨가 은신처인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달아난 시기로 알려진 5월 25일로부터 18일 뒤다. 유씨의 시체가 발견된 장소는 송치재 휴게소에서 2㎞가량 떨어진 야산 아래 계단식 밭 인근 풀숲이다. 발견 당시 유씨는 겨울 점퍼에 벙거지를 썼고, 주변엔 소주병과 막걸리병이 흩어져 있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점은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도피 행각을 이어오던 유씨가 왜 홀로 마지막 도피처 인근 야산으로 숨어들었냐는 것이다. 검찰이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들을 잇따라 체포하고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치면서 도움이 끊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력자들이 모두 체포되고 수사당국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혼자 걸어서 도피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앞서 검찰은 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이재옥(49)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등 구원파 신도 38명을 체포한데 이어 유씨 일가를 비호하거나 숨겨준 사실이 드러나면 범인 은닉 및 도피죄로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씨의 사망 원인 또한 미스터리다. 유씨는 72세의 고령인데도 연초 금수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무술시범을 보일 정도로 건강을 자랑해 왔다. 도피 행각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금수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만을 고집할 정도로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유씨가 추적을 피해 달아나다 야간에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숨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장마비 등으로 인해 급사했을 가능성과, 검·경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유씨의 시신이 반(半)백골화된 채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반백골화가 80%가량 진행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유씨의 종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점부터 시신 발견까지는 채 20일이 안된다. 실외에 방치된 시신이 백골화되는 데는 통상 1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의학 전문가들은 “사체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노출된 경우 빠르게 부패할 수 있고, 곤충이나 동물에 의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검·경은 유씨의 시신을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해 정밀 부검과 감식에 착수했다. 국과수는 부검과 부검물 분석을 통해 유씨의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를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