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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 아닌 80억 시장 타깃…10년 내 매출 2조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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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I 2025.10.23 08:23:19

[경제 부활 이끄는 `1조클럽`]①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카메라 모듈 전문 기업 …창업 15년 만에 1조클럽으로
"끊임없는 해외 진출이 지속성장 핵심, 인도 개척 노려"

한국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약 830만개에 이른다. 국내 전체 기업의 99.9%에 이르는 비중이며 서울시 인구(2025년 기준 932만명)와도 맞먹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제조업 기준 매출액 1500억원 이상, 자산총액 10.4조원 미만 등)으로 성장한 기업 수(중견기업연합회 2023년 기준)는 5868개로 대폭 감소한다. 범위를 좀 더 좁혀 중견기업 중에서 매출 1조원 이상(2023년 기준)된, 말 그대로 이제는 어느 정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기업들은 148개에 불과하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견기업이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탄생하기 힘든 것일까. 이데일리에서는 성장률 0% 시대 위기를 벗어나고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매출액 1조원 중견기업 육성이 절실하다는 생각으로, 이들 기업 경영인들을 만나 경영 노하우는 물론 이 같은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한 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데일리 박준형 기자]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카메라 모듈 전문업체 엠씨넥스는 지난 2004년 설립 이후 15년 만인 2019년 매출액 1조 2677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 회사를 설립한 민동욱 대표는 현대전자산업 이동통신·단말기 주임 연구원, 팬택·큐리텔 선임 연구원 등을 거치면서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연구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카메라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창업을 했고,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카메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면서 스마트폰, 자동차업계에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기회를 잘 잡아 현재의 엠씨넥스를 만들었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가 미래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준형 기자>


최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한 민동욱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들을 잘 개발하고, 경쟁력 있게 생산해 내는 것을 20년간 꾸준히 해온 점이 회사 자산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령 휴대폰이 진화하면서 고화질·고성능의 카메라와 홍채·얼굴 인식 등의 제품에 대한 고객과 시장의 요구가 커지면 꾸준히 이에 맞는 제품들을 개발·생산해 내놓으면서 성장했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는 쉽게 들리지만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엠씨넥스가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 대표는 회의실에 걸려 있는 경영방침인 ‘3S(Speed : 신속한 의사결정·기술개발, System : 시스템 경영, Satisfaction : 고객감동)’를 가리키며 “200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창립 30주년이 되는 2034년 전에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민동욱 대표의 목표다. 이를 위해 그는 “생체 인식 분야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패키지, 군용 카메라, VR·AR(가상·증강 현실) 관련 제품 등 제품군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라고 민 대표는 강조한다. 그는 “5000만 국내 내수 시장만 보고서는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고객들의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메일을 보내고, 찾아가기도 하고 박람회도 참여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봤다”며 “끊임 없이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해 기준 엠씨넥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국내 대기업을 통해 수출하는 간접 수출 포함)은 약 70%에 이른다고 민 대표는 밝혔다. 지난해까지 누적 수출액은 38억달러(약 5조 4000억원)을 기록했고, 현재 수출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총 14개국에 달한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개최한 ‘2025 산업단지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민동욱 대표는 “향후 인도와 미주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인도의 경우 인구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어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며 인도 정부도 IT·통신, 자동차 관련 산업을 열심히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을 열심히 개척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국내 기업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일본, 유럽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도 활발히 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8월 인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영업 사무소과 함께 연구소, 공장을 동시에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엠씨넥스는 현재 베트남에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인도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가 자사 카메라 모듈 제품을 들고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형 기자>


1조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을 수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요 매출처였던 팬택&큐리텔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2008년 무렵부터였다. 민 대표는 “그 이전부터 수출 확대를 준비했지만 본격적으로 회사의 명운을 걸고 수출에 매달렸던 것은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미국 관세발 위기에 대해서는 “엠씨넥스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은 일단 고객사들인 스마트폰, 자동차 기업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대응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동욱 대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도전의식과 열정을 경영자가 가지는 것도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님이나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같은 분들을 보면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열정을 가지고 일했었다”며 “전문성, 도전의식, 열정 등은 회사나 경영자의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므로 이 같은 것을 가지고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배들이 잘해왔던 사례들을 잘 벤치마킹해서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좋겠다”며 “선배들이 못했던 바이오·신소재·신기술 산업 등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해줬으면 한다”고 중견기업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민 대표가 이끄는 엠씨넥스는 후배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 펀드는 물론, 드론·홍체인식 등의 기업에 개별적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이 때에 한국이 좀 더 분발해서 치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일본 등 전통의 강국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이 무섭게 추격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이럴 때에는 경쟁국들보다 좀 더 일하고 한 발 더 앞서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에서 최근 추진하고 있는 4.5일제의 유연한 적용과 상속세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조치,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없어지는 혜택들에 대한 단계적인 축소 등을 꾸준히 추진해 주면 기업인들이 더욱 힘을 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정부 지원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유럽, 일본 등에서 100~150년 이상 되는 영속 기업이 나오듯, 한국에서도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 할 수 있는 오래된 중견기업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을 정부와 사회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게 민 대표의 생각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회사 문 앞까지 기자를 배웅해 주던 민 대표는 다시 들어가는 길에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하나씩 주으며 간단히 청소를 한 후 돌아갔다. 회사에 대한 그의 이 같은 애정이 단기간에 1조 기업을 만든 토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민동욱 대표는

△1970년 서울 출생 △고려대사범대부속고 △동국대 전기공학 학사 △현대전자산업 연구원 △팬택&큐리텔 연구원 △엠씨넥스 대표 △동국대 산업기술연구원 겸임교수 △한국산업단지공단 글로벌선도기업협회장 △한국무역협회 이사회 이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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