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00대 컬렉터'의 취향
아트뉴스 선정한 올해 파워컬렉터 200인
고전·인상파보다 근현대미술 선호 뚜렷해
베이조스 '라디오' 그리핀 '폴스 스타트' 등
시대의 다양한 얼굴 담은 동시대작품 주목
국내선 서경배·김웅기…'한국'동시대 관심
| 올해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든 인물 중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왼쪽부터),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주·최고경영자. 위의 그림은 동시대미술을 선호하는 이들의 주요 소장품이다. 왼쪽부터 에드 루샤의 ‘허팅 더 워드 라디오’(Hurting the Word Radio #2·1964), 제스퍼 존스의 ‘폴스 스타트’(False Start·1959)(사진=크리스티·소더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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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람 마음은 비슷하다. 탐나는 게 눈에 띄면 누구보다 먼저 차지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하는 거다. 욕구의 차이가 있고, 취향의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가진 돈의 차이가 있어 손에 넣느냐 못 넣느냐가 결정될 테지만. 그나마 우아한 욕구고 특별한 취향이라 분류되는, 물론 엄청난 비용 때문에 웬만한 경쟁자를 두기도 어려운 ‘미술품’이라도, 예외는 아니란 얘기다. 세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컬렉터들에게 “앞으로 12개월 동안 사고 싶은 작품이 뭡니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오더란다. “누구나 그건 ‘비밀’이라고 하지 않을까. 말을 꺼내놓는 순간 다른 사람이 잽싸게 사버릴 텐데.”
이 질문과 대답은 이달 초 미술전문지 ‘아트뉴스’의 프런트에 올라온 에디터의 뉴스레터(‘컬렉팅의 변화하는 얼굴: 아트뉴스 200대 컬렉터 2022년 에디션 공개’) 중 한토막이다. 올해 집계한 ‘세계적인 파워컬렉터’의 면면을 공개하는 기획에 붙은 내용인 거다. ‘아트뉴스’는 1902년 창립해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간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의 미술잡지다. 20세기 초부터 글로벌한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현대미술 현장이야기의 기록이 특별하다. 그중 해마다 한 차례씩 눈길을 끌어온 코너가 있는데, 바로 ‘세계 200대 컬렉터’라는 거다. 1990년부터 미술품 딜러, 경매 전문가, 큐레이터 등 다양한 미술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영향력 있는 수집가 200인의 목록을 작성해왔는데, 그렇게 올해가 33번째다.
그렇다면 유난히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밀스럽게’ 사들일 수밖에 없는 세계 200대 컬렉터의 미술품 취향은 어떻게 정리가 될까.
| 올해 아트뉴스가 선정하고 발표한 ‘세계 200대 컬렉터’. 윗줄 왼쪽에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미술컬렉터이자 기업가인 하리얀토 아디쿠수모가 200명 가운데 순위 1위에 올라 있다(사진=아트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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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이 휩쓴 ‘파워컬렉터’…미술시장 변화 자극
결과는 의외였다. 흔히 그러려니 짐작하듯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클로드 모네가 휩쓰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주류가 아니었던 거다. 되레 컨템포러리아트(Contemporary Art)라고 불리는 ‘동시대미술’ 쪽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 200대 컬렉터 중 178명(이하 중복집계)이 표를 몰아줘 89%를 차지했다. 보통 동시대미술이라고 할 땐 말 그대로 ‘바로 지금 여기’에 속한 작가·작품을 말한다. 그동안 무슨 ‘사조’로 구획했던 데서 벗어나 한 단어로 붙들어둘 수 없는 시대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200대 컬렉터가 다음으로 꼽은 영역은 ‘근대미술’(Modern Art 78명 39%)이다. 그 뒤론 ‘현대미술’(Postwar Art 35명 17.5%), ‘아시아미술’(Asian Art 20명 10%)의 순. 고전적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13명 6.5%), ‘올드 마스터’(11명 5.5%) 등은 오히려 미미했고, ‘사진’(4명 2.4%)은 극소수만이 관심을 보였다.
| 아트뉴스 ‘세계 200대 컬렉터’의 미술품 컬렉션 취향.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그래픽=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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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컬렉터의 취향은 각 대륙별로 미술시장을 이끄는 작품에 대한 관심사로도 치환할 수가 있는데. 이들 파워컬렉터 대부분이 북아메리카와 유럽 출신이란 점이 도드라지는 거다. 북아메리카가 104명으로 52%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유럽이 50명(25%)의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로 아시아가 32명(16%), 남아메리카는 7명(3.5%), 중동이 4명(2%), 아프리카가 2명(1%), 오세아니아가 1명(0.5%)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쪼갠 국가별로는 미국이 98명으로 절반 가까이가 들었고, 이어 영국 18명, 스위스 9명, 독일 8명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도 적지 않다. 중국과 홍콩이 각각 7명, 대만 5명, 싱가포르 4명, 일본 3명, 한국 2명 등이 올랐다.
이들 컬렉터군은 금융과 투자, 제조업과 부동산, 기계와 기술 분야 등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사업가·자산가를 망라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선정된 세계 200대 컬렉터 중에는 미국 인터넷 종합쇼핑몰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58) 아마존 의장, ‘미국 헤지펀드의 제왕’이라 불리는 켄 그리핀(54) 시타델 창업주·최고경영자, 루이비통·디오르·펜디 등 명품 패션브랜드를 소유한 베르나르 아르노(73) LVMH 회장,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69) 블랙록 회장 등이 속해 단박에 시선을 끈다.
| 올해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든 한국인 컬렉터. 서경배(왼쪽)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단 두 명만 이름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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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계뿐만 아니라 미술계까지 휘어잡고 있는 이들 자산가가 집중적으로 ‘픽’한 작품 역시 ‘동시대미술’이다. 베이조스는 2019년 크리스티 뉴욕경매에서 에드 루샤의 ‘허팅 더 워드 라디오’(Hurting the Word Radio #2·1964)를 5248만 5000달러(약 758억원)에 낙찰받은 인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핀은 2006년 제스퍼 존스의 ‘폴스 스타트’(False Start·1959)를 8000만달러(약 1154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더랬다. ‘폴스 스타트’는 1988년 소더비 경매에서 1700만달러란 당시 기록적인 가격으로 팔리며 이미 미술시장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작품이다.
◇서경배·김웅기 회장, ‘동시대 한국미술’에 관심도
그렇다면 한국인 2명은 누구? 올해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는 서경배(59)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김웅기(71)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등장했다. 아트뉴스가 소개한 서 회장의 취향은 ‘동시대 한국·세계미술과 한국고미술’이고 김 회장은 ‘근대·동시대 한국미술’이다.
| 백남준의 ‘마르코 폴로’(Marco Polo·1993·330.0×180.0×175.0㎝). 자동차 폭스바겐 비틀 몸체에 냉장고·텔레비전·비디오·네온·꽃을 결합해 만든 작품이다. 2020년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현대 50’에 나왔을 때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으로 서경배 회장 개인소장품과는 구분이 되나, 동시대 한국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서 회장의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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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이 명단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2016년에는 이건희(1942∼2020) 전 삼성회장과 홍라희(77) 전 리움미술관 관장 부부와 나란히 나서기도 했더랬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인 서성환(1923∼2003) 회장에 이어 미술품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다. 선대 회장의 주요 컬렉션은 고미술품. 이를 기반으로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서 회장은 여기서 확장해 한국·해외의 현대미술품까지 두루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시 2018년 서울 용산구 사옥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개관하며 선친의 지향을 따르고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과 선을 그은 서 회장의 개인소장품은 세간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 ‘자수매화도10폭병풍’(19세기 말∼20세기 초·228.5×383.0㎝). 비단에 크고 작은 매화나무를 세우고 한땀 한땀 수를 놓아 10폭 병풍으로 완성한 작품은 2018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에 나와 시선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으로 서경배 회장 개인소장품과는 구분이 되나, 서성환 선대 회장부터 이어온 서 회장의 한국 고미술품 컬렉션 취향을 엿보게 한다(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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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200대 컬렉터’에 처음 선정된 김 회장은 말 그대로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이다. 지난 7월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사옥에 갤러리 S2A의 개관 소식을 알리면서 김 회장을 김환기 ‘우주 05-Ⅳ-71 #200’(1971)의 소장자로 밝혔던 터. ‘우주’는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약 132억원(88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미술사의 겉장을 갈아버린 작품이다. 김 회장은 이외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연작 등 주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간 한국인 중 아트뉴스의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린 인물로는, 이들 외에 전필립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과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부부(2018∼2021 4회), 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미술관 설립자(2008∼2014 7회) 등이 있다.
| 김환기의 ‘우주’(Universe 05-Ⅳ-71 #200·1971·254×254㎝).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2019년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약 132억원(8800만홍콩달러)에 낙찰받은 작품.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사옥에 개관한 갤러리 S2A가 지난 14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여는 기획전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에 걸었다(사진=갤러리 S2A·ⓒ환기재단·환기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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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소장한 대표작 ‘우주’(Universe 05-Ⅳ-71 #200·1971·254×254㎝).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사옥에 개관한 갤러리 S2A가 지난 14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여는 기획전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에 걸려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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