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둔 J씨(23)는 N잡러다. 모 기업에서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는 계약직 인턴이지만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J씨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돈을 모아둘 수 있을 때 모아야겠더라”라며 “노느니 일하자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KB금융 기업연구소가 지난 3일 발표한 ‘2022년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비중이 가장 높은 1인 가구 중 ‘N잡’ 중인 청년이 42.0%에 달한다.
특히 N잡하는 이유에 대해선 ‘여윳돈·목돈 마련을 위해서’가 31.5%로 가장 많았다. ‘생활비가 부족해서’ N잡한다는 청년은 14.1%에 불과했다.
N잡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N잡 청년들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부업은 서비스직, 대리운전, 사무보조 등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앱테크 △소셜 크리에이터(유튜브·블로그 등에 콘텐츠를 게시해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을 일컫는 말) △플랫폼 노동 등으로 다변화됐다. KB금융 기업연구소는 “신생 부업 활동 비율이 서비스직 등 전통적 부업 활동에 비해 2.8배 정도 높다”고 분석했다.
자투리 시간에 앱테크…“놀면 뭐 해”
‘좋아하는 콘텐츠를 광고 없이 즐기세요’
유튜브 프리미엄 광고 문구다. 혹자는 돈을 내고 광고를 차단하지만 ‘앱테크’ 하는 사람들은 1원 내지는 10원을 벌기 위해 광고를 본다. 버려진 폐지를 일일이 주워 고물상에 갖다 팔면 소액을 얻는 ‘폐지 줍기’와 비슷해 ‘디지털 폐지줍기’란 이름을 얻기도 했다.
4년 전부터 매일 3~4시간씩 앱테크 중인 유튜브 채널 ‘만보짠돌이’ 운영자 A씨는 매달 30~5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A씨의 핸드폰엔 앱테크 앱만 20개가 넘게 깔려 있다.
A씨는 “꼭 광고를 보는 것만 앱테크는 아니다”라며 “걸음 수만큼 돈을 받는 앱테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폐지 줍기’라 불리는 앱테크지만 최근 간단한 행위로도 앱테크가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앱테크를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뱅크는 26일간 평일 오전 6~10시 사이에 일어나 출석 체크를 한 사람들끼리 1억을 나눠 갖는 ‘26일 굿모닝 챌린지’ 이벤트를 선보인 바 있다.
요즘 N잡…“소속 없이 자유롭게”
유튜브 채널 ‘김알밥은 파이어족’ 운영자 박민지씨는 40세 조기 은퇴를 꿈꾸며 N잡 중인 파이어족이다. 앱테크는 기본이고 유튜브 채널 운영, 블로그 및 인스타그램 웹툰 연재 등 다양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박씨는 “지금은 N잡하기 좋을 때”라고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 돈 버는 방법이 많아진 시대”라며 “누구나 어디서든 N잡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엔 어딘가 소속돼 노동을 제공해야 했지만 요즘 N잡은 혼자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앱테크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면, SNS에 올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돈도 벌면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라 설명한다. 박씨는 “퇴사 후 여러 N잡을 시도하며 회사가 아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좋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학생 S씨(23)는 취미로 블로그를 운영해 매달 1~7천 원 사이의 수익을 낸다. S씨는 “부수입이라기에도 민망한 금액이지만 재미로 하는 일이라 꽁돈 생기는 기분”이라 전했다. “주변에서도 이왕 하는 블로그에서 적은 돈이라도 받아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생활비 부족이 아닌 ‘여윳돈 마련’ 등을 이유로 N잡이 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현재 벌이로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없다는 불안이 청년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자산 거품 인플레로 자기 자산을 형성하려면 꼭 목돈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N잡 노동자들은 충분히 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기존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 소홀이 반복될 경우 해당 직장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