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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칫 에너지 기업에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연관산업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가장 확실한 소비 절감 방식인 전기요금 인상에 미온적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 14%↓…승용차 평균연비 28.1㎞/ℓ
정부는 21일 서울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산업·건물·수송 등 부문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를 현재보다 14%(296만TOE·원유 t으로 환산한 에너지단위)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200만 4인 가구나 중형 승용차 4000만대의 1년 에너지소비량에 이르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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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효율을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우수 건물엔 가칭 ‘에너지스타’ 인증을 해주고 역시 의무점검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승용차 평균 연비는 2017년 기준 ℓ당 16.8㎞에서 2030년 28.1km까지 올린다. 교통 효율을 높이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구축을 늘리고 대중교통과 공유 자전거, 전동킥보드와 같은 신교통 수단을 연계하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도 조성한다.
형광등은 2027년까지 시장에서 아예 퇴출하고 모두 발광다이오드(LED) 등 고효율 제품으로 대체한다.
당장 내년 고효율 가전제품 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기로 했다. 2016년 7~9월 40인치 이하 TV와 에어컨, 냉장고 등 5개 품목 소비효율 1등급 제품에 한시 적용했던 10% 환급제를 2~5개 품목을 대상으로 상시화하는 것이다.
이번 계획은 이대론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했다.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은 세계 8위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보여주는 에너지원단위(TOE/1000달러)는 2017년 기준 0.1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3위로 사실상 최하위다.
미국,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은 GDP 증가에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우리 최종에너지소비는 2000년 이후 연평균 2.7%씩 늘었다.
이번 계획을 통해 2017년 기준 1095억달러(약 131조원)에 이르는 에너지 수입 부담을 10조8000억원 가량 줄이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도 함께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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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노력이 연관산업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 기간 에너지 효율 분야 일자리가 6만9000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련 사업의 주체 격인 에너지 공기업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정부 사업비 외에 에너지 공급자가 고효율 설비·장치를 의무 지원토록 하는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 등을 통해 관련사업 예산을 마련키로 했다.
결국 한국전력(015760)과 발전 5사, 한국가스공사(036460), 지역난방공사(071320) 등 에너지 공기업이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같은 기존 에너지원보다 생산 단가가 높은 신에너지·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소비를 줄이기 위한 비용까지 이중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정부는 가장 직접적인 에너지 소비 억제 방식인 전기요금 인상 미온적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 전기요금도 적정 원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키로 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바로 한 달여 전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을 확정하며 오히려 연 3000억원에 이르는 전기요금을 인하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OECD 가입국 최저 수준의 전기요금 수준을 고수하면서 다른 정책만으로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원가 연동 요금제를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처럼 적정한 요금조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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