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대법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혐의에 대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김 회장은 실형 확정을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부실한 계열사의 부채를 갚기 위해 다른 계열사에 손실을 떠넘긴 행위가 배임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유지했기 때문에 배임죄 처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부실 계열사 지원을 ‘경영상 판단’이었다며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왔다.
◇배임액수 다시 산정해라 =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한 부분은 부실계열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재지급보증과 부동산 저가매각에 대한 것이다.
우선 부실계열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과 재지급보증을 하나의 배임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심은 지급보증 만기로 재지급보증을 하면서 채권자가 달라졌기 때문에 별도의 배임혐의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동산 저가매각에 따른 손해액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부동산 감정평가에서 법령이 요구하는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감정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덧붙여 부동산 저가매각 이후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후속조치에서도 별도의 배임·횡령 혐의가 있는지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경영상 판단’이었다며 면책돼야 한다는 김 회장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것은 배임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극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감형·집행유예 가능성 커져 =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배임액을 다시 산정하고 일부 유·무죄에 대한 심리도 다 시해야 한다.
김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심에서 배임액이 줄어들고 무죄 부문이 늘어난다면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이 개인의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사비를 털어 계열사 피해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법원에 공탁해 계열사 손해를 회복시키려 노력한 점,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 등도 정상 참작의 요소가 될 전망이다.
김 회장 부재로 경영 공백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한화그룹은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의 집행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진두지휘하던 이라크 신도시 건설, 태양광 사업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은 추가 수주나 후속투자가 멈춰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서울고법은 27일 오후 2시 수백억원대 횡령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고,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