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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굴비상자’ 2억원 주인을 찾아라

조선일보 기자I 2004.09.02 21:39:13

추리만 무성… 光州시내 은행 돈띠 추적

[조선일보 제공]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 앞으로 배달됐던 2억원이 담긴 굴비 상자의 ‘냄새’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해 제자리를 맴도는가 하면 지역 정가나 경제계에서는 갖가지 소문과 추리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경찰은 2일 현금 2억원을 묶었던 종이띠 170개를 조사한 결과 그 돈이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일대 여러 은행에서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광주시에 있는 은행에서 종이띠가 나온 사실을 중시, 수사관을 광주로 급파해 조사 중이다. 반면 처음 굴비상자를 전달받은 안 시장의 여동생(51)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동생의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이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동생이 굴비 상자를 받은 장소에 대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자신의 집(3층)과 안 시장의 집(6층)을 혼동하기도 했고, 냉장 보관하는 것이 상식인 굴비상자를 얼음을 녹이기 위해 베란다에 내놓았다고 하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강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시장이 이 돈의 임자를 짐작하지 않겠느냐는 추리도 경찰에서 나온다. 물론 안 시장은 기자들에게 “돈을 보낸 사람을 알면 곧바로 돌려주면 되지, 왜 이 소동을 치르겠느냐”며 이 같은 심증의 싹을 잘라버렸었다. 경찰과 시청 주변에서는 2억원이라는 큰돈을 현찰로 건넸고, 인천에서 대형 사업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은 그 돈의 출처를 건설업체 쪽으로 보고 있다. 특정 건설업체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건설협회 인천시회 관계자는 “요즘 공사는 수의계약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공개 경쟁 입찰을 하는데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느냐”며 “최근의 경기 형편으로는 로비할 여력도 없다는 게 업체들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한편으로 최근 인천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다른 분야 업체의 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보고 조사 중이다. 검찰은 수사를 지휘 중이지만 공격적 자세는 아니다. 안 시장이 한나라당 출신 광역단체장이어서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2억원 굴비 상자’는 입에서 입으로 번지며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양이다.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도 이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TV에서 이 뉴스가 나오면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운다. 사람들이 모이면 “안 시장을 매장시키려는 음모”라는 쪽과 “뒤처리를 잘했다”는 쪽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인다. 시청 분위기도 상쾌하지만은 않다. 2일 오전 인천시청 3층 복도 구석에 잠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던 2명의 공무원에게 “안 시장의 2억원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사람은 빙긋 웃으며 “뭐, 일단 바로 신고를 했으니 된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다른 한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밑바닥 정서는 전혀 딴판이다. 이날 시청 앞 길거리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시장이든 그 여동생이든 돈을 갖고 왔으면 ‘또 한번 이런 일을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혼을 내 돌려보낼 일이지 그걸 받았다가 신고하는 건 무슨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는 “신문에서 보니까 100만원짜리가 다발로 쌓여 있데요. 난 아직까지 그 한 다발(만큼)도 손에 쥐어보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데…”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에 대해 안 시장측은 “무척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시장이 중국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군가 갔다 놓은 돈을 출장 뒤에 바로 신고했으면 됐지, 거꾸로 의심을 사야 한다면 그 돈을 그냥 가지고 있었어야 하느냐는 반문이다. 안 시장 비서진은 “시장 취임 뒤 건설업자 등과는 될수록 일정을 잡지 않았고, 불가피할 경우는 꼭 국·실장을 대동하고 접견실의 문을 열어놓을 만큼 조심했다”며 ‘2억원 굴비상자’의 외연 확대를 경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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