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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 재임 때 경기남북부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산하 공공기관 중 15개를 동북부 지역으로 이전키로 했다. 경과원은 당시 11:1의 경쟁률을 뚫고 파주 운정신도시로 이전이 확정됐다. 하지만 김동연 지사 취임 이후 경기북부 분도를 골자로 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진행되면서 이전 관련 실무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에 회원수 3만여 명의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지난달부터 ‘경과원 파주시 정상 이전 촉구’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날 김동연 지사에 대한 시민 항의도 경과원 파주 이전이 중단된 것에 대한 성토였다.
이전지가 확정된 다른 기관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구리시로 이전이 결정된 GH의 경우 지난 총선 때부터 백경현 구리시장이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관련 논의는 사라진 상태다. 또 GH가 최근 수원 광교 신사옥으로 입주하면서 기관 이전이 백지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남양주로 가는 경기신보 또한 오는 12월 광교 신사옥 입주가 예정돼 있다. 경기신보의 경우 남양주 내 이전 대상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일자리재단도 부천시에서 동두천시로 이전이 확정됐지만 예정지역인 반환 미군기지 부지 토양오염 문제가 걸림돌이다. 토양오염 정화비용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면서다. 또 최근 용인시에 있던 남부사업본부가 수원의 GH 옛 사옥으로 입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고양시로 이전이 확정된 경기관광공사·경기문화재단·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경우에도 당초 2025년에서 2028년으로 이전 시기가 밀렸다. 내년 의정부로 가는 경기연구원도 이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경기도의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일련의 상황들은 김 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동력과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북부가 별도 광역자치단체가 될 경우 기관 이전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김완규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고양12)은 지난 2월 5분 발언을 통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경기도 공공기관 동북부 이전 추진이 양립가능한 정책이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기수립된 이전 계획에 따라 토지 매입과 행정 절차는 진행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이전과 경기북부 분도) 정책이 상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전 대상 시·군과 약속이기도 하고, 분도를 하더라도 하나의 기관이 그대로 유지될지 또 다른 기관이 생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