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 김모(56)씨는 최근 발생한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에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요소수 없이 운행하지 못하는 기사들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는 기사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소수는 경유(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쓰이는 수용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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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지난달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불거진 ‘요소수 품귀 현상’이 국내 물류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사실상 요소 수입이 차단되면서 요소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선 요소수 가격이 평소의 10배 이상 치솟았고,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아예 운행을 중단하는 차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경유 화물차 330만여대 중 60%에 달하는 200만여대는 요소수가 있어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요소수 없인 배출가스 기준을 맞출 수 없고, 일부 차량은 요소수가 부족하면 차량 내부 장치가 고장 나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자국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국내 요소수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요소수 제조에 쓰이는 요소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온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전체 요소 수입의 66%를 중국에 의존했다. 특히 요소수 제조용으로 사용되는 요소는 중국에서의 수입량이 전체의 88.5%에 이른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면 당장 차량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들은 비상 상황이다. 요소수 10ℓ로 1만㎞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승용차와 달리, 대형 화물차는 10ℓ로 300~400㎞밖에 주행하지 못해 2~3일마다 요소수를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화물차 기사들 사이에선 요소수 부족을 이유로 장거리 운행을 꺼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화물차 기사 A씨는 “평소에 10ℓ에 1만원만 주면 쉽게 구할 수 있던 요소수가 며칠 사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10만원에 팔리고 있으니 운행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지금 이 사태가 하루 이틀 만에 끝날 문제도 아닌 것처럼 보여 매출은 좀 덜 나오더라도 장거리 운행 등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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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정밀화학·KG케미칼 등 국내 요소수 제조업체들이 현재 보유한 요소수 재고가 1~2개월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며 올 연말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 다음 달부터는 시중에 유통되는 요소수가 아예 사라지고, 화물차 다수가 멈춰서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요소 수급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 요소 생산국에 수입을 요청해도 기존에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하던 국가들이 모두 재고 부족을 겪고 있는 탓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고 부족에 따른 원가 상승과 장거리 물류비용 등으로 가격 인상이 급격하게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도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물류 대란을 우려하는 상황에 놓이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간 긴급회의를 열고 요소수 수급 현황 등을 파악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우선 시급한 물량에 대해선 수입을 우선 재개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