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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재벌규제 균열…미국인 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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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1.04.29 12:00:00

공정위, 71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미국 국적이라 형벌 부과 쉽지 않아
정의 규정도 없는 동일인 제도 개선할듯
"투명한 지배구조 IT기업 별도 규제는 아직 일러"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뉴욕증시 상장으로 대박을 낸 쿠팡이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감시한다. 다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 등을 이유로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30여년전 국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가 변화한 경제·산업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현행 재벌 규제의 실효성 등을 고려해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9일 2021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71개를 지정해 발표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자산 5조원 이상 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 그룹은 상호순환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해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 5조원이 넘은 기업의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고 △대규모 내부거래, 최대주주 주식보유 및 변동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쿠팡INC는 국내 쿠팡(주)를 100% 지배하는 회사다. 쿠팡 INC의 지난해 총자산은 50억6733만달러(5조7750억원)으로, 대부분 유·무형 자산이 한국법인 쿠팡(주)에 귀속돼 있다. 자산 5조원이 넘었기 때문에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공정위는 다만 동일인은 개인이 아닌 법인을 지정하기로 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이어서다. 김 의장은 서울시에서 태어났지만 현재는 미국 국적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INC를 통해 쿠팡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해온 점 △외국인을 규제할 경우 형사제재가 불가능한 점 △동일인을 김범석으로 지정하든, 쿠팡(주)로 지정하든 계열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일인이 6촌이내 친척, 4촌이내 인척의 주식소유현황, 계열사, 임원 주식현황 등을 고의적으로 누락할 경우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외국 국적을 보유한 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 실무자간 협의를 통해 동일인 지정시 통상갈등 등이 발생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적을 이유로 동일인 지정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최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들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7년 네이버는 동일인을 ‘네이버’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정위는 직권으로 이해진 창업자(GIO·글로벌투자책임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의 국적에 따라 규제를 달리 받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이 국내시장에서 영업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기존 동일인 제도에 균열이 드러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에 대한 정의, 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동일인 지정기준 요건 등을 정밀하게 다듬고,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을 때 법집행이 가능한지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제도 개선을 하겠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아마존코리아가 국내에서 자산 5조원이 넘었을 경우 제프 베이조스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IT기업은 소유지배구조가 단순 투명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건 분명하지만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있다는 점을 보면 IT기업을 재벌규제에서 제외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은 각각 신규로 동일인에 지정됐다. 그룹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과 임원 인사 등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서다. 기존 동일인이 사망하거나 금치산자가 될 경우에 한해 동일인을 변경했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오히려 현재 권한이 있는 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후에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산 등 이유로 IT기업들이 대거 재계 주요 그룹으로 올라섰다. 카카오(035720)는 자산 19조9520억원으로 재계 순위 18위까지 껑충 뛰어올랐고, 네이버(035420)도 자산 13조5840억원을 기록하며 27위에 올랐다. 넥슨과 넷마블(251270) 역시 각각 34위, 36위에 올라서며 IT기업들이 재계 중추로 부상했다.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068270)도 자산이 14조8550억원으로 불며 순위가 45위에서 24위로 올라갔다.

▷용어설명: 동일인

사실상 그룹 사업을 지배하는 자. 지분율(정량) 또는 임원선임·주요 의사결정여부(정성) 등을 고려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다. 동일인이 지정되면 6촌이내의 혈족·4촌이내의 인척의 지분율 등을 고려해 계열사 범위를 정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시행한다. 계열사 누락 등 혐의가 발생하면 동일인은 검찰에 고발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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