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앞서 아시아나항공(020560)·한국지엠·쌍용자동차(003620)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사측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신의칙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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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사건은 지난 2011년 기아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과 일비·중식대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을 정해야 한다”며 시작됐다. 이들이 청구한 임금 미지급분은 원금 6588억원에 이자 4338억원이 붙은 총 1조 926억원이다.
1심에서는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일비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노조가 청구한 금액의 약 38%에 해당하는 4223억원(원금 3126억원·이자 1097억원)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1심보다 약 1억원이 줄어든 4222억여원을 입금으로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사측은 “소송에서 패할 경우 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경영에 무리가 온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해 달라고 맞섰다. 신의칙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의 원칙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사측의 신의칙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아시아나항공·한국GM·쌍용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은 기아차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며 사측에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는 여전히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아시아나항공 사건),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한국GM 사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 (쌍용차 사건) 이라며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날 기아차 소송에서 재판부는 통상임금 지급으로 사측의 경영이 급속히 악화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실제 재판부는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법정수당액의 규모 △피고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등 규모 △피고가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피고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매출 58조 1460억원, 영업이익 2조 97억원을 거둬들였다.
아울러 대법원도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및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의칙 적용이 자의적이라는데 문제를 제기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원이 특별한 기준점 없이 신의칙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재판마다 결과가 갈리는 점은 기업의 경영 리스크만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