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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EU의 예산편성지침을 ‘매우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최종 결론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유로존 19개 회원국에 2주 후 이탈리아 예산안 관련 평가 회의를 소집했다. 동의를 얻어야 공식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어서다.
이탈리아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한다. 전임 이탈리아 정부 목표치이자 EU 지침인 0.8%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아울러 올해 재정적자 규모 1.6%는 물론, 시장에서 평가한 상한선 2%도 웃도는 규모다.
EU집행위는 이탈리아 내년도 예산안이 ‘전례 없는’ 규정 위반이라며 승인을 거부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이 역시 사상 처음이었다. 신규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수정을 거부했다.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날 “이탈리아 정부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것들을 보면, 우리는 한 국가가 잠이 든 상태로 불안정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EU 규정에 따르면 EU는 이탈리아에 최대 GDP의 0.2%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또는 같은 규모로 지원금을 삭감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350억유로(약 4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EU는 이탈리아 정부계획을 감시하고 유럽투자은행 차관 한도를 조정하는 등의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EU집행위는 이날 이탈리아 예산안에 대한 평가 보고서도 발표했는데, 제재를 물리기 위한 사실상 첫 조치다. EU는 ‘공공채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권고를 위반한 국가에 보고서를 발간해 경고해 왔다. 이탈리아는 부채가 GDP 대비 131%로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특히 이탈리아 경제 규모가 유로존에서 독일, 프랑스 다음으로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부도 가능성을 경고했다.
IMF는 “과도한 지출이 상당한 하방 위험을 유발할 뿐더러, 이탈리아 경제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며 “저소득·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도 이날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정반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U집행위의 이탈리아 제재는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금껏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와 예산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적은 있다. 그러나 항상 일정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제재를 받을 정도로 EU와 갈등 또는 대립한 국가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EU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전히 이탈리아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이유다.
그러나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과 반 EU 정당 ‘오성운동’ 간 연정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새 정부는 보편적 기본 소득, 세금 감면, 은퇴 연령 감소 등 선거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U집행위가 최종 결론을 발표한 뒤에도 “내년도 예산안은 견고하고 효율적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EU가 제재를 가할 경우 이탈리아에 무례한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이탈리아가 마련한 구체적인 개혁안을 EU에 충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 관료들은 오는 24일 EU집행위원들과 만나 예산안 세부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재무담당 집행위원 등 누구에게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지도부를 향해 “이탈리아를 존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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