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해 말 코스피에 상장한 뒤 하루가 멀다고 최고가를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제일모직이 갑작스럽게 하한가로 추락했다. 증권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글로벌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에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올랐던 만큼 이번 급락을 시작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전 거래일보다 14.91%(2만5500원) 내린 14만5500원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17만95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깨뜨렸지만 이내 약세로 돌아선 뒤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이 커지면서 결국 가격제한폭까지 크게 밀렸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회사라는 타이틀을 쥐고 지난해 12월18일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고공 행진을 펼쳤다. 상장 전 회사 자체의 성장성에 의문부호를 달며 9만~10만원대의 목표가를 제시했던 증권가도 예상을 뛰어넘는 가파른 상승세에 잇달아 목표가를 상향 조정할 정도였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가진 삼성생명 주식 19.3%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만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했다. 또 지난해 12월29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에 이어 이날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되는 등 글로벌 지수에 조기 편입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일모직에 대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금융투자업계는 제일모직 급락 배경에 대해 수급을 제외하고는 다른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공모가(5만3000원) 대비 3배 넘게 뛰는 등 주가가 단기간에 폭발적인 상승을 보인 탓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현 상황을 뭐라고 꼬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간의 상승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도 “공모주 물량을 받은 사람은 물론 시초가에 투자한 이들도 10거래일도 안 돼 2배 가까운 차익을 남긴 셈”이라며 “이날의 매도세는 수급적인 부분으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제일모직의 주가 흐름을 펀더멘털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장 이후 상승폭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백 연구원은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현 주가는 제일모직이 2018~2019년까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이 성공해야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신규 세력이 쉽사리 매수에 뛰어들 수 없어 당분간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