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도를 넘은 방만경영,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등에 메스를 들이댄 것 자체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해결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과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 “타이밍은 적절..공공기관 규제 필요”
전문가들은 우선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과, 어떤 방식으로든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정부가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데는 공감했다.
오철호 숭실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과거 공공기관 혁신이 일시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면서 “특히 무조건적인 정상화가 아니라 각 기관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맞춰 공공기관 기능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를 공개하고, 정부 정책때문에 생긴 부채와 아닌 것을 구분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앞으로 공공기관에 부채를 떠넘기지 않을테니 공공기관 역시 부채를 줄이라는 말”이라면서 “‘파티는 끝났다’가 아니라 ‘파티 영수증을 가져다줄테니 스스로 처리하라’는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도 엄청난 결심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이 나온 타이밍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많다는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시기상으로는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나온 것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 실효성 의견 엇갈려..“낙하산 인사 해결책도 누락”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오철호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압박해서 이끌어왔던 공공기관 개혁을 정부중심에서 기관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기존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서 “공공기관에 관심을 가지고 감시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과거와 다른 획기적인 방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건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자율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구노력을 하기 어려운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번 정책이 지나치게 부채관리에 치중돼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이 부채관리 쪽으로 치중된다면 공공기관이 자산이원화 등의 회계상 편법을 통해 수익구조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면서 “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공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거나 진정한 의미의 경영 효율화가 가능토록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대책에 공공기관 문제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특별한 규제나 해결책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으로 거론됐다. 이만우 교수는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낙하산 인사 관련된 부분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면서 “공공기관장은 그 분야에 능력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뽑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완선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공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자주 시행하고, 공공기관도 부채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등 정부와 공공기관,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주신 분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완선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오철호 숭실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